직업으로서의 정치 / 막스 베버 지음ㆍ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발행ㆍ142쪽ㆍ6,000원
막스 베버(1864~1920)의 고전적 글 <직업으로서의 정치> 가 문고본으로 출간됐다. 근대성 또는 관료제에 대한 저작에 묶여 두툼했던 것을 떼어 읽음으로써, 임박한 정치 선택에 대비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직후인 1919년 1월, 독일 뮌헨대의 진보 학생단체가 베버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이 글은 베버가 강연문을 보완해서 쓴, 사실상 생애 마지막 문헌이다.
베버는 근대국가를 “물리적 강제력(폭력)의 독점을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로 규정한다. 그는 폭력(비록 합법이라고는 하나)을 수단화 하는 순간, 정치는 “폭력성에 잠복해있는 악마적 힘과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정치가에게는 엄격한 자질과 덕목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로 ‘열정’과 ‘책임감’ 외에 ‘균형감각’을 강조한 것도 정치수단의 특수성 때문이다.
정치인의 윤리로 그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든다. 결과를 도외시한 채 신념의 실현 자체에 집착하는 게 신념윤리다. 신념윤리가는 결과가 자신의 신념에 어긋날 때 “세상이 어리석고 비열해서”라며 자위한다. 그러므로 책임윤리가 필요하다. 책임윤리가는 인간의 ‘평균적 결함’을 외면하지 않으며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베버는 종교적 성인들을 예로 들며 “범우주적 인간 사랑과 자비의 위대한 대가들은 폭력이라는 정치적 수단을 가지고 일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반면에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 특히 정치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기한 윤리적 역설들을 자각하고 있어야 하고, 또 이 역설들의 중압에 눌려 그 자신이 변질된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어야”한다고 지적한다.
베버의 이 호소는 불과 20여 년 뒤 악마적 힘에 사로잡힌 독재자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고, 지금도 ‘나는 옳은데, 언론이, 유권자가’식의 독선을 반복하는 신념윤리 정치가들에 의해 배반당하고 있다. 베버의 글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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