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드라이브가 예사롭지 않다. 더 이상 일을 벌리지 말고 조용히 임기를 마무리하라는 여야의 요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헌제안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도입된 이후 노 대통령까지 네 명의 대통령을 맞았지만 임기 말에 이처럼 공격적 자세를 보인 대통령은 없었다. 그렇다고 여론 지지도, 여당과의 관계 등 노 대통령을 둘러싼 객관적 정치 환경이 전직들보다 나은 것도 아니다.
노 대통령의 행보에는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소신에다 “꿀릴 게 없다”는 자기확신, 지기 싫어하는 기질,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참모들은 레임덕(권력누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핵심참모는 26일 “역대 임기 말처럼 지지율은 20%에 머물고 있지만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지기반이 붕괴한 상태에서 지역 표에 의존했으나 우리는 정책적ㆍ신념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 층의 견고함이나 질이 다르니 단순 지지율에 주눅들어 소극적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권의 도덕성 추락으로 이어지는 권력형 비리가 없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참모들은 “과거 정권은 정보기관, 검ㆍ경,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앞세워 통치하다 임기 말 이들 기관의 차기후보 줄서기,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으로 스스로 무너졌지만, 참여정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레임덕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자신감은 “마지막까지 할 일을 또박또박 챙기겠다”는 의욕, “공격을 받으면 대응하겠다”는 공세적 태도로 이어진다.
한 참모는 “노 대통령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 시대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진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며 “임기에 상관없이 양극화 해소를 통한 동반성장, 새로운 한미관계, 남북화해 등과 관련한 이슈를 끊임없이 던지고 해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은 대선에서 특정후보의 공약을 두고 가타부타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부당한 비난에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드라이브는 여야를 막론한 대선 후보들과의 가파른 대치를 부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25일 “대선 차별화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인권 등에서 나온다”며 대선 판 훈수도 시작했다. 이번 대선에선 이래저래 다양한 정치실험과 현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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