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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서정의 겨울강 '영월 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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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서정의 겨울강 '영월 서강'

입력
2007.01.26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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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가에 서보았는가. 이른 새벽이면 물안개 포슬포슬 피워 올리고, 낮에는 얼음장 위로 날선 겨울빛을 튕겨내는 그 겨울 강가에.

한여름 래프팅의 함성 요란했던 강가에 겨울이 깊어지면 하얀 눈과 얼음 옷을 입은 물줄기는 무거운 고요에 빠져든다.

단종의 땅 영월은 산 깊고 물 깊은 곳. 남부 강원의 첩첩산중이 고아낸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들이 산허리를 돌고 돌아 한데 뭉쳐 강을 이뤘다. 영월은 평창강과 주천강이 서강을 이루고, 그 서강이 동강을 만나 남한강이란 새 이름표를 다는 곳이다. 영월로 떠나는 겨울강 기행, 서강으로 향했다. 서강을 따르는 여정에는 주천강과 평창강을 함께 아울러야 제 맛이다. 겨울 강의 고즈넉함은 물줄기가 좁아들수록 더해지기 때문이다.

주천강은 평창과 횡성 경계에 있는 태기산에서 시작해 횡성 강림면, 영월의 수주 주천면을 구불구불 훑은 뒤 서면 신천리에서 평창강을 만난다. 주천강은 서만이 운학 도원 무릉이란 이름값에 걸맞은 아름다운 마을을 지난다. 도원과 무릉 사이 있는 요선암은 거대한 암반지대. 조선시대 양사언이 ‘신선이 놀다간 자리’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요선암 길목 미륵암 절에 차를 대고 숲길을 오르면 요선정과 마애석불, 5층석탑이 있다. 높이 7m 되는 둥그런 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은 이제 막 돌을 깨고 비상하려는 모습이다.

평창읍에서 흘러내려온 평창강이 영월땅과 처음 만나는 곳이 섶다리로 유명한 판운리다. 섶다리는 강물이 줄어들고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늦은 가을이면 강 이쪽 저쪽을 잇기 위해 매년 새로 세워지는, 잡목의 잔가지를 엮어 만든 나무다리다. 겨울이 지나 이듬해 장마철이 되면 거칠어진 물살에 떠내려 보내야 하는 속절없는 다리다. 지금 판운리 겨울 강 위로 섶다리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평창강이 주천강과 만나기 직전 크게 물돌이 치는 곳이 ‘한반도지형’ 선암마을이다. 선암마을 못미쳐 산등성이로 난 전망대에 오르면 정말 그림처럼 한반도의 모습을 한 땅을 바라보게 된다. 전망대에 이르는 600m되는 숲길은 여름이면 뽕나무 열매 오디가 떨어져 새까맣게 땅을 물들인다.

지금은 제천-영월간 반듯한 새길이 뚫렸지만 이전 영월의 관문은 주천서 들어오는 소나기재다. 단종이 영월 청룡포로 귀양갈 때 이 고개를 넘자마자 소나기가 내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 고개 꼭대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선돌 이정표가 가리키는 숲으로 접어들면 영월 최고의 전망대에 다다른다.

불쑥 솟은 두개의 커다란 바위 너머로 서강이 유유히 휘돌아 흐르고 강 건너 쇠목엔 수확을 끝낸 너른 빈 밭이 펼쳐진다. 노부부 둘이서 옥수수 감자 등을 키우는 그들만의 터전이다. 보기엔 가깝지만 그 땅에 이르려면 북쌍교 다리 건너 문개실 비포장 산길을 통해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되레 강 이쪽 영월읍 방절리에서 나룻배로 건너는 게 빠르다.

선돌 아래로 굽이쳐 흐르던 서강은 청룡포를 휘돌고 영월읍내 바로 아래에서 동강과 합쳐져 ‘남한강’이란 이름을 얻는다. 강의 폭 만큼 증폭된 겨울강의 서정은 이제 서울로 향하게 된다.

영월=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영월, 박물관과 천문대의 고을

원주 신림에서 황둔을 지나 주천, 영월읍 등 영월군을 관통해 봉화로 빠져나가는 88번 지방도로는 박물관 길이다. 이 길 주변에 영월책박물관, 곤충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묵산미술관, 조선민화박물관, 별마로천문대 등이 몰려있다. 일부러 불러 모은 것이 아니다. 우연히 물 좋고 경치 좋은 이곳을 찾아 작은 박물관들이 둥지를 틀었고, 영월군은 이들을 발판 삼아 군 전체를 박물관 고을로 발전시킬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겨울 방학을 맞아 자녀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길, 영월에 가면 학습도 휴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영월읍 바로 옆 우뚝 속은 봉래산 정상에 별마로천문대가 있다. 일반인들이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시민천문대중 가장 큰 규모다. 별구경은 지하1층의 천체투영실에서 시작한다. 긴 의자에 누워 돔스크린에 점점이 박힌 가상 별들을 보며 별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해설자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후 1, 2층의 전시실과 시청각실에서 우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마지막 4층 옥상으로 올라가면 망원경으로 직접 밤하늘의 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ㆍ어린이 4,000원.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 휴관한다. (033)374-7460

별마로천문대 가는 길에 있는 국제현대미술관은 폐교를 이용한 조각공원이다. 멋진 돌조각을 배경으로 블로그용 사진을 찍기에 적당하다. 입장료 성인 3,000원, 청소년 어린이 1,000원. (033)372-2751

영월군청 옆에 조성된 동강사진박물관도 볼만하다. 현재 전시장에선 우리나라 사진의 선구자인 백오 이해선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1950~60년대 우리네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박물관에는 카메라의 발전단계, 카메라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고, 세계의 유명 카메라들도 전시돼 있다.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ㆍ어린이 500원. (033)375-4554

영월의 맑은 계곡중 하나인 김삿갓계곡에는 묵산미술관, 조선민화박물관, 김삿갓문학관이 몰려있다. 김삿갓문학관은 김삿갓 연구에 일생을 쏟아 부은 박영국 선생의 연구자료가 전시돼 있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다양한 김삿갓 관련 자료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 문학관 인근에 김삿갓 묘와 시비가 있다. 문학관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500원. (033)375-7900

조선민화박물관에서는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서민의 애환이 담긴 민화를 감상하는 공간. 고가구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한쪽 귀퉁이에는 전국민화공모전 수상작이 전시됐고, 민화그리기 판화체험장도 마련됐다. 박물관 들어가는 길 경사가 매우 가파르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033)375-6100

묵산미술관은 김삿갓계곡 입구 물길이 휘돌아가는 절경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전시관. 영월과 동강을 주제로 한 한국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033)374-7249

한반도지형 선암마을 인근에는 영월책박물관(033-372-1713)이 있고, 선돌 인근에는 곤충박물관(033-374-5888)이 있다. 둘 다 폐교를 이용해 만든 소박한 박물관이다. 입장료는 모두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영월=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영화 속 그 영월 다방 라디오 스타 덕에 떳어요

지난 추석 때 인기를 끌었던 영화 <라디오 스타> . 왕년의 가수왕 최곤(박중훈)과 매니저(안성기)가 빛바랜 파란 벤츠 차량을 몰고 도착한 곳이 영월이다. 영월은 영화가 그려낸 것처럼 멈춰진 시간이 있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순박함이 물씬한 곳이다. 최근 이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 영월을 찾는 여행객들도 꽤나 늘고 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엄마가 만들어주던 부침개를 얘기하며 눈물을 쏙 빼놨던 김양. 그가 일하던 청록다방은 영월읍내에 그 간판 그대로 있다. 영화 속 다방 주인은 실제 주인인 김경애(47)씨. <라디오 스타> 덕분에 영월에선 스타가 됐다. 80년대 분위기의 다방 안에는 허름한 소파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연통 길게 늘어진 연탄난로가 온기를 뿜는다. 그 흔한 CD플레이어도 없어 테이프로 음악을 튼다. 다방에는 김양 같은 ‘아가씨’ 3명이 배달 보자기를 들고 분주하게 들락날락이다.

최근 다방의 손님이 바뀌고 있다. 중년의 남성들이 주 고객이던 이곳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카페에 익숙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찾아오곤 한다. 영화 때문이다. 그들은 처음 찾은 ‘다방’에서 1,500원짜리 ‘오리지널 다방 커피’를 마시고, <라디오 스타> 를 추억한다.

최곤이 자주 먹던 자장면을 만들고, 이준익 감독이 주방장역을 맡았던 중국집 ‘영빈관’도 실재한다. 이곳은 영화 촬영중 2달 동안 촬영팀이 대놓고 음식을 시켜 먹었던 곳이다. 맘 좋게 생긴 주인 김종하(39)씨는 “박중훈씨는 하루 3끼를 우리 자장면만 먹기도 했다”며 “영화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 힘이 절로 난다”고 했다.

방송국으로 나왔던 건물은 KBS영월중계소. 2003년 폐쇄돼 지금은 경비업체에서 시설물 관리만 하고 있다. 최곤이 묵었던 청룡포모텔, 커피값을 외상했던 사팔종합건재철물점과 곰세탁소도 영화 기행에 나선 이들이 들리는 곳들이다.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100회 특집 공개방송이 열리고,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는 대사를 남긴 곳은 별마로천문대다.

영월=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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