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인으로는 세계 미술지도에 가장 뚜렷한 이름을 남긴 그를 기려 추모문집이 나왔다. 미술관과 화랑의 추모 행사도 때맞춰 열린다.
백남준 추모문집 (삶과꿈 발행, 220쪽)은 백남준과 인연을 맺은 문화예술인들의 글 모음이다.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유홍준 문화재청장, 수필가 이경희,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52명이 글을 썼다. 20년 전 백남준이 홍라희 리움 관장에게 전해달라고 보내온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내내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손석주 전 삼성전자 이사의 글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손씨는 “혁명적으로 앞서가는 백남준의 예술을 그 때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 이 있는 원형 전시실에서 29일 오전 11시 추모식을 한다. 문화예술인 100여 명이 모이는 이 자리에는 뉴욕에 살고 있는 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씨도 참석, 자신이 직접 편집한 회고 영상 <백남준과 함께 한 나의 삶> 을 튼다. 백남준과> 다다익선>
1시간 10분 분량의 이 영상물은 백남준의 생전 퍼포먼스와 1986년 첫 한국 방문 당시의 기록,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성적 자극을 통한 재활 치료 과정, 말년의 일상을 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백남준 1주기 추모전은 3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한다. 잘 알려진 비디오 작품 외에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초기 작품들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기일인 29일, 두 화랑이 나란히 추모전을 시작한다.
서초구 잠원동의 필립 강 갤러리는 사진작가 이은주가 찍은 사진들로 한 달 간 ‘아! 백남준 전’을 한다. 백남준이 방한했을 때 모습과 뉴욕 작업실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쌈지의 ‘백남준과 플럭서스 친구들’ 전은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그가 몸담았던 1960년대 전위예술운동 플럭서스와 함께 조명한다. 백남준과 플럭서스 작가들의 작품, 관련자료와 사진, 영상을 3월 18일까지 전시한다. 플럭서스는 20세기 후반 아방가르드의 대표적 사건이었고, 백남준은 핵심 멤버였다.
개막일인 29일 오후 2시, 쌈지길 마당에서는 큰 무당 김금화가 백남준 추모굿을 펼친다. 백남준은 생전에 플럭서스 동지였던 요셉 보이스 추모굿을 서울의 갤러리 현대에서, 퍼포먼스 동료였던 첼로 연주자 샬럿 무어만 추모굿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여는 등 자신이 직접 예술의 큰 무당처럼 활동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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