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했던 걸 실전에서도 똑같이 연기하는 게 목표에요.”
제6회 창춘 동계아시안게임(28일 개막)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하는 신예지(19ㆍ광문고). “아직도 허리가 아프다”며 얼굴을 찡그린 그는 25일 “아시안게임에서 몇 등을 하겠다는 목표는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목표가 없을 리 있냐고 묻자 “연습 때처럼 하는 게 목표에요”라고 답했다.
피겨스케이팅을 잘 모르는 일반인은 피겨하면 김연아(17ㆍ군포수리고)를 떠올린다. 하지만 신예지가 최고였던 시절도 있다. 지난 2003년 대원중 3학년이던 신예지는 국내 최고의 ‘피겨 요정’이었다. 그러나 부상의 악령에 울어야만 했다. 오른 골반 부위 근육통에 시달렸던 신예지는 이듬해 봄 왼쪽 발등이 골절돼 꼬박 3년을 부상과 싸웠다.
신예지가 통증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때 어머니 허정미씨의 가슴도 찢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우리 예지가 저렇게 괴로워해야만 하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포기란 없다며 투혼을 불사르던 딸을 보면 눈물이 나던 시절이었다.
신예지는 지난해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14위를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신예지는 날듯이 기뻤다. 왼발 통증이 사라져 이제는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딸이 마음껏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에 3년 만에 웃음을 되찾은 허씨는 지난 10일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제61회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딸이 트리플 플립(3회전 점프의 하나)을 시도하다 얼음판에 머리를 찧어서다. 잠시 기절했던 신예지는 정신을 차리자 “끝까지 연기를 마쳐야 한다”며 울부짖었다.
인근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신예지는 심판의 양해로 연기를 재개했다. 연기를 마치자 눈물을 쏟았다. 투혼의 대가는 2위 입상. 신예지는 결국 4대륙 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데…. 아프다고 포기할 순 없잖아요. 끝까지 연기를 마치고 싶었어요.”
종합선수권에서 다친 어깨와 등이 아직도 욱신거리는 신예지는 이날도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동계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훈련했다.
“한국 선수단이 오늘 출국했지만 저는 토요일(27일)에 떠나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에 더 잘하고 싶어요. 하루하루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는 당당히 목표를 밝힐래요.”
지난 4년간 시련을 이긴 신예지의 목표는 ‘황금빛’ 메달이지 않을까.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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