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5%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4년 만에 최고치이다. 하지만 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8%로 둔화되고,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도 2년여 만에 전분기보다 감소해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했다. 4분기 성장률 0.8%는 경기의 장기추세선을 밑도는 수치로 경기가 ‘불황 국면’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ㆍ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GDP 연간 성장률은 5.0%로 2002년 7.0%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민간소비는 4.2% 늘어 전년(3.2%)보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고, 수출 증가율(13.0%)도 전년보다 나아졌다. 분야별로는 제조업 생산이 8.3% 증가해 전년도 7.0%보다 좋았고 서비스업도 4.1% 성장해 2002년 7.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4분기만 떼어서 보면 성장률 둔화가 눈에 띈다. GDP 성장률은 3분기 1.1%에서 0.8%로 낮아졌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서비스업은 회복세가 뚜렷해졌다.
한은 경제통계국 이광준 국장은 “4분기 들어 환율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이 다소 주춤했으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장기추세선을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올해 1분기도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올 3분기부터는 다시 추세선 위로 올라가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경제부도 한은과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4분기 이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올 1분기 저점을 기록한 후 2분기 이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의 바닥을 한은은 2분기로 재경부는 1분기로 보고 있다는 점만이 차이가 날 뿐 ‘연착륙’ 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하지만 4분기 경제 성적표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마냥 낙관할 수 없다. 우선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4분기 수출은 전분기보다 1.0% 줄어 2004년 3분기(-0.4%)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감소폭도 2001년 2분기의 -5.4% 이후 가장 컸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두 자릿수(11.0%) 성장세를 기록해 3분기 수출실적이 워낙 좋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고질적인 환율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3.5%에서 0.1%로 급격히 낮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을 잠식할 정도로 부진했던 설비투자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다가 다시 둔화됐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4.2% 성장률을 기록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민간소비도 부동산 거품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올해는 다시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은 4.0%로 예상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무려 0.9%포인트 하락한 3.3%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통계상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여도 이를 체감하지 못했던 대다수 서민들에겐 더욱 암울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이광준 국장은 “지난해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올해도 체감경기가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반 서민들에게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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