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神)이었다. ‘기타의 신’의 귀환을 기다린 10년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예순 둘 나이를 무색케 하는 현란한 기타 연주를 보여준 에릭 클랩튼은 오롯이 연주와 노래에 집중하면서 록과 블루스의 향연을 이끌었다.
에릭 클랩튼은 23일 오후 8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두 시간 동안 환상적인 무대를 펼쳐 보였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일본에서 시작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투어의 일환으로, 에릭 클랩튼은 싱가포르 방콕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에릭 클랩튼과 그의 밴드는 1만1,000여 관객의 환호성과 열띤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에릭 클랩튼은 1970년대 자신이 주축이 된 그룹 데릭 앤드 더 도미노스(Derek And The Dominos)의 ‘Tell The Truth’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원곡보다 업 템포된 ‘Key To The Highway’가 이어졌고 ‘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등 전자 기타를 앞세운 5곡으로 공연 전반부를 장식했다.
에릭 클랩튼은 ‘슬로우 핸드(Slow Hand)’로 알려진, 느린 듯하면서도 능란한 연주를 자랑했다. 밴드 멤버인 기타리스트 도일 브람할 2세는 클랩튼과 보컬을 분담했고, 데릭 트럭스는 거장 못지 않은 완벽한 기타 솔로로 갈채를 받았다.
이어 에릭 클랩튼은 자신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르며 언플러그드 무대를 가졌다.이 무대만큼은 쉼 없이 달려온 공연에서 관객들이 숨죽여 그의 손놀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Outside Woman Blues’ 등 3곡을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에릭 클랩튼은 다시 전자 기타를 메고 공연 후반부를 향해 내달렸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잠시 빠져 있던 관객들의 심장 박동수는 ‘Motherless Children’이 후반부 막을 올리자 다시 빨라졌다. 무대는 ‘Wonderful Tonight’ 등 익숙한 명곡 연주로 이어졌다. 공연 하이라이트는 ‘Layla’. 경건함이 충만한 피아노 솔로, 폭발적인 기타 연주, 애절한 창법 등이 집약된 불후의 명곡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구르며 “레일라”를 연호했다. 앙코르 곡으로 ‘Cocaine’과 ‘Crossroads’를 선사한 에릭 클랩튼과 그의 밴드는, 기타 드럼 키보드 등 모든 세션들의 솔로 연주를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은 대부분 60~70년대 자신이 주축이 된 밴드 크림과 데릭 앤드 더 도미노스 시절의 곡들로 채워졌다. 에릭 클랩튼은 곡을 마무리할 때마다 “감사하다(Thank You)”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감동을 전달한 거장의 연주와 노래에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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