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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 '자치통감' 완역…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자치통감 완간하려 아예 출판사 차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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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 '자치통감' 완역…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자치통감 완간하려 아예 출판사 차렸죠 ”

입력
2007.01.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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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司馬光ㆍ1019~1086)의 <자치통감(資治通鑑)> 이 완역ㆍ출간된다. 2000년에 한 출판사가 1권(전국시대편)을, 2002년에 또 다른 출판사가 2~4권(전한시대)를 출간한 뒤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앉은 것을, 번역자인 중앙대 권중달 명예교수가 아예 출판사(도서출판 삼화)를 차려 후한시대(5~7권)와 삼국시대(8권)를 내며 차고앉은 것이다.

<자치통감> 은 중국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건국 직전까지 1,362년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사서로, 천년 시간의 마모를 견뎌온 ‘제왕학의 교과서’이자, 삶의 고전. 용병과 치세, 대인(對人)의 도와 화술 등 풍성한 지혜와 지식을 담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대장정 중에도 <자치통감> 을 휴대하 며 생애 17차례나 통독했고, 훗날 직접 <자치통감평석> 을 쓰기도 했다.

사마광이 20년을 매달려 쓴 294권 분량의 이 저작은 번역 원고지로 8만여 매, A4용지로 쌓아도 높이가 1.8m에 달하는 거질(巨帙)이다. 권 명예교수의 뜻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2009년 말 오대후주시대(31권)와 해설(32권)이 나오고, 그는 한국 출판사상 가장 집요하고 거대한 번역출판의 족적을 남기게 된다.

권 명예교수가 자치통감과의 질긴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원 시절인 1960년대 말, 명말 학자인 왕부지(王夫之)의 <독통감론(讀通鑑論ㆍ자치통감 평론)> 으로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다. “당시 시대 분위기가 ‘민족’ ‘국가’ 라는 거대 담론에 휩쓸리던 시절이었어요. 중국사를 전공으로 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마광에게 이끌린 것이지요.” 사마천의 <사기> 나 반고의 <한서> 가 기전체라는 인물별 역사 기록방식을 채택해 중복이 많은 반면, <자치통감> 은 시간의 흐름 위에서 집약적으로 역사를 기술하고 있어 알차고 읽는 재미도 있다고 한다. “ <독통감론> 논문을 쓰면서 원전을 훑다가 <자치통감> 으로 빨려 들어간 거지요.” 그가 대만정치대학에서 쓴 박사 논문 주제도 <자치통감> 이다.

<자치통감> 이 탄생한 시기(1060~1080년)는 중국 인문학의 절정기였다. 남송의 주희가 집성한 주자학의 거름이 된 송학 대가들(주렴계 장횡거 정이천 정명도 등)의 시대였고, 왕안석 구양수 등이 함께 호흡했던 ‘당송팔대가’의 시대였다. “역사 속에 문학과 철학이 녹아드는 것은 자연스럽죠. 그 정점에 자치통감의 명문장이 있습니다.”

그는 97년부터 5년여 간 혼자 번역을 해오다 2002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박사급 연구원 7명과 함께 2005년 말 완역을 해냈다. “워낙 방대하고 상업적으로 주목 받을 책도 아닌 데다 한문번역서의 편집도 까다로워 출판사들이 선뜻 다가서지 못하더군요.” 해서 지난 해 7월 아내(발행인 정철재씨) 이름으로 출판사를 차렸다. “교수 정년(2006)을 맞아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넣었어요. 막판까지 끌고 가려면 힘이 조금 달리지만, 그 즈음이면 지금 낸 책들이 힘이 돼주겠지요.”

학자의 곧은 집념이 40년쯤 묵으면 이렇듯 스스로 역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와 그의 <자치통감> 은 보여주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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