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실패로 힘을 앞세운 일방노선을 추구해온 미 네오콘(신보수주의) 세력이 이제 서로 네탓을 하며 내부에서 반목하는 말기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포함된 ‘악의 축(Axis of Evil)’용어를 창안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데이비드 프럼 전 백악관 연설문 담당자는 23일 자신이 그 용어를 만들어 내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영향을 받은 내 초고에는 ‘증오의 축(Axis of Hatred)’이라고 표현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초고 내용이 다른 네오콘들의 손을 거치면서 ‘악의 축’으로 바뀌었거나 아니면 부시 대통령 스스로가 그 같은 표현을 선택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프럼은 이어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발언을 해 많은 문제를 안게 됐으며 나중에 후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함으로써 마치 당시 연설문이 자신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피해가기도 했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다리를 건너는 중간에 꼼짝 못하는 상황에 갇혔다”며 “부시 행정부는 문제의 심각함에 직면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보다 직설적인 비판도 가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출 사건, 즉 ‘리크 게이트’로 유일하게 기소된 딕 체니 부통령의 전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는 23일 공판에서 “백악관이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백악관 내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부시 대통령의 ‘선거 브레인’으로 월권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로브 차장은 신분누출에 가담했으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를 면한 상태다. 리비의 변호인인 시어더 웰즈 변호사는 리비가 체니 부통령에게 “그들이 나를 잡아 넣어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로브가 보호 받도록 하기위해 내가 희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비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기 분쇄기에 머리를 내밀도록 강요당한 사람을 희생시키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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