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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의 묘미

입력
2007.01.2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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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열린 제64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눈길을 끈 두 대목.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는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엄연히 미국영화지만 일본어가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랍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이 혼재된,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바벨> 은 극영화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영어도 제법 나온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이다.

2월26일 열리는 제79회 아카데미영화제 후보작이 24일 발표됐다. 골든글로브상에서 서로 체급을 달리했던 <바벨> 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는 최우수 작품상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한 링에서 맞붙게 됐다. 골든글로브상 뮤지컬ㆍ코미디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드림걸즈> 는 남녀주연상 등 최다인 8개 부문 후보에 지명되며 높은 완성도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우스꽝스럽게도 영화제의 꽃인 작품상 후보에선 탈락했다. 이쯤 되면 ‘골든글로브가 미리 보는 아카데미’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하고, 두 상의 권위와 후보작 선정 잣대를 놓고 왈가왈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사실 골든글로브상과 아카데미의 결과가 엇갈린 경우는 종종 있었고 해가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하고 있다. 2005년 골든글로브상 극영화 부문 작품상은 <에비에이터> 차지였다. ‘아카데미 무관’인 마틴 스콜세지가 오스카를 잔뜩 기대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작품상의 영광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에 돌아갔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리안(李安)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 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한껏 기세를 올렸지만 결국 오스카 감독상 수상에 그쳤다.

할리우드외국인기자협회(골든글로브)와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아카데미)라는 각기 다른 주체가 만들어내는 수상 결과가 영화 팬들의 실소를 자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는 과연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가 같은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라는 궁금증은 오히려 두 상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배우들의 화려한 ‘워킹’과 말솜씨와 패션을 강조할 뿐 수상 결과는 ‘붕어빵’ 같아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키는 국내 영화상들과 비교하면 부러울 따름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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