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열린 제64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눈길을 끈 두 대목.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는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엄연히 미국영화지만 일본어가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랍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이 혼재된,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바벨> 은 극영화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영어도 제법 나온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이다. 바벨> 이오지마에서>
2월26일 열리는 제79회 아카데미영화제 후보작이 24일 발표됐다. 골든글로브상에서 서로 체급을 달리했던 <바벨> 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는 최우수 작품상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한 링에서 맞붙게 됐다. 골든글로브상 뮤지컬ㆍ코미디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드림걸즈> 는 남녀주연상 등 최다인 8개 부문 후보에 지명되며 높은 완성도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우스꽝스럽게도 영화제의 꽃인 작품상 후보에선 탈락했다. 이쯤 되면 ‘골든글로브가 미리 보는 아카데미’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하고, 두 상의 권위와 후보작 선정 잣대를 놓고 왈가왈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드림걸즈> 이오지마에서> 바벨>
사실 골든글로브상과 아카데미의 결과가 엇갈린 경우는 종종 있었고 해가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하고 있다. 2005년 골든글로브상 극영화 부문 작품상은 <에비에이터> 차지였다. ‘아카데미 무관’인 마틴 스콜세지가 오스카를 잔뜩 기대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작품상의 영광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에 돌아갔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리안(李安)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 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한껏 기세를 올렸지만 결국 오스카 감독상 수상에 그쳤다. 브로크백> 밀리언> 에비에이터>
할리우드외국인기자협회(골든글로브)와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협회(아카데미)라는 각기 다른 주체가 만들어내는 수상 결과가 영화 팬들의 실소를 자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는 과연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가 같은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라는 궁금증은 오히려 두 상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배우들의 화려한 ‘워킹’과 말솜씨와 패션을 강조할 뿐 수상 결과는 ‘붕어빵’ 같아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키는 국내 영화상들과 비교하면 부러울 따름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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