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년차 직장인 김모(33)씨는 요즘 웬만하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 퇴근하기 무섭게 수영장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재작년부터 일주일에 네 번 수영을 배우는 그는 어쩌다 업무 때문에 수영을 못 가는 날이면 짜증과 울화가 치밀 정도다. 김씨는“예전엔 TV 앞에 누워 간식이나 먹으며 저녁시간을 보냈는데 운동을 하니 몸매에 자신감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확연히 줄었다”며 “생각 없이 TV 앞에서 보낸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2. 직장생활 20년째인 기업체 간부 박모(44)씨는 요즘 토요일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등산을 다닌다. 평일에는 운동할 짬이 나지 않아 뜻 맞는 동료끼리 주말 등산모임을 만든 것. 박씨는 “전에는 밀린 TV를 보거나 목욕탕에 다녀 오고 나면 하루가 다 가기 십상이었는데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주말 하루쯤은 운동에 써도 피곤하거나 아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불어 닥친‘몸짱 열풍’ ‘웰빙 열풍’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가 활용방법 중 운동 및 스포츠 활동 비율이 처음으로 TV 시청을 앞질렀다. 주 2,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도 전체 국민의 44.1%로 크게 늘었다.
문화관광부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소장 김선진)에 의뢰해 실시한 ‘2006년 국민 생활체육활동 참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의 20.5%가 운동 및 스포츠 활동으로 여가시간을 보냈다. TV 시청은 18.1%로 그 다음이었으며 낮잠 등 단순휴식(16%), 인터넷 PC통신 게임(13.7%), 집안 정리(8.7%), 음악ㆍ영화감상(8.2%), 독서(3.8%) 등이 뒤를 이었다. 1986년부터 3년 주기로 시행되는 이 조사에서 운동 및 스포츠 활동이 부동의 1위였던 TV 시청을 앞지르기는 처음이다.
주 2, 3회 이상,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국민 생활체육활동 참여율’은 2003년 39.8%에서 지난해 44.1%로 크게 증가했다. 86년 19.4%였던 국민 생활체육활동 참여율은 91년 34.7%, 94년 37.6%, 2000년 33.4%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월평균 운동 경비는 2003년 4만1,660원에서 지난해 2만5,300원으로 크게 감소해 적은 비용으로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건전한 형태의 체육활동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하는 운동 종목은 등산이 13.2%로 가장 많았고, 축구(11.8%), 육상 조깅 속보(11.5%), 배드민턴(9.4%), 헬스(7.2%) 순이었다.
반면 매일 운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8.1%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이는 주5일 근무제 정착으로 주말 여가시간이 증가한 반면, 평일 여가시간은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15세 이상 남녀 9,000명을 표본으로 해 1 대 1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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