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2007년 일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연초 노사갈등의 후유증을 극복한 현대ㆍ기아차는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과 함께 고객 우선 경영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벌어진 일본 토요타와의 격차 축소에 나섰다. 2010년 세계 '빅 5' 도약을 목표로 삼은 현대ㆍ기아차의 발빠른 움직임을 3회에 걸쳐 심층 진단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정면승부를 좋아했다. 아산만 방조제를 유조선으로 막은 것이나, 대북 사업의 물꼬를 트려고 소 떼를 몰고 방북한 것 등은 대표 사례다.
고 정 명예회장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환율하락과 토요타, 혼다, GM 등 경쟁업체의 견제 수위가 높아질수록 공경 경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위기를 피하는 대신 정면승부로 돌파하려는 전략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자동차 업체가 제철에 뛰어들어 성공한 적이 없다'는 우려에도 불구, 5조2,000억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일관 제철소를 짓고 있다. 또 해외에 300만대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현지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의 외부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 중국, 유럽에 최신 설비 공장을 직접 짓는 정공법을 선택했다"며 "이는 자금난에 빠진 해외 공장을 인수해 우회적으로 진출하는 GM, 포드 등 경쟁업체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현대차 내부에서는 '원-투-쓰리(1-2-3)' 전략으로 부르는 현지화 전략의 핵심은 뭘까? 바로 중국 100만대, 중국 이외 지역 200만대, 한국 300만대 등 2009년까지 연간 600만대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ㆍ기아차그룹은 글로벌 상위 5대 업체에 오르게 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신년사에서 '글로벌 경영 안정화'를 경영목표로 정했듯이, 2007년은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1-2-3' 전략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체코 노소비체의 현대차 공장(연간 30만대 규모) 건설이 상반기부터 시작된다.
또 지난해 환율 하락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계속된 중국과 인도에서의 설비 증설이 마무리 돼 2006년 139만대였던 해외 생산능력이 올해에는 229만대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그룹이 이처럼 '1-2-3' 전략에 주력하는 것은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요타(47.8%), 혼다(62.6%), GM(64.3%), 포드(58.7%) 등 경쟁업체들은 해외생산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체제를 구축한 상태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도 미국 시장에서 현지화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소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06년 쏘나타의 미국 판매대수는 14만9,513대로 2005년보다 14.7%나 늘었다. 이는 환율하락으로 베르나(현지명 액센트), 엘란트라(현지명 아반떼)의 판매가 각각 15% 줄어든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쏘나타와 베르나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환(換) 리스크' 때문이다. 한국에서 전량 수출하는 베르나와 달리 미국에서 팔리는 쏘나타는 모두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다.
인건비와 재료비가 현지에서 달러로 결제되므로, 환율 하락 위험이 미국산 쏘나타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2만4,189대) 주춤하던 싼타페 판매가 현지 생산이 시작된 하반기(3만9,741대)부터 크게 증가한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과 철저한 현지화는 현대차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매출 중 해외 비중이 70%에 육박,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1,400억원 감소한다. 2005년말 1,040원이던 환율이 920원까지 떨어졌으니, 지난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이 1조6,000억원을 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면 통상 마찰 소지도 없앨 뿐만 아니라 현지인의 취향에 맞는 차량을 제때 공급하고, 현지 기업이라는 친숙함 때문에 브랜드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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