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23일 베이징(北京)에서 만났다. 지난 6자회담 종결 후 한달 만이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16~18일 베를린 북미 접촉의 연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북미 베이징 접촉 직후의 11월 30일 남북 회동과 견줄 수 있다.
회동은 톈안먼(天安門) 인근 장안구락부(長安俱樂部)에서 진행됐다. 왕푸징(王府井) 맞은 편에 위치한 장안구락부는 중국 지도층 인사들이 애용하는 유명 회원제 클럽이다. 회동은 낮 12시에 시작돼 자연스럽게 오찬 회동으로 진행됐다. 남측은 접촉 10분전쯤 언론에 회동을 알렸다.
회동을 마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표정은 밝았다. 김 부상의 표정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남측 관계자들은 회동 내내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김 부상은 ‘북측의 태도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물밑에서 변화가 꿈틀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베를린 접촉 후 뭔가 의견 접점을 찾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쉽게 공개하지 않는 미측을 향한 압박 같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미국측으로부터 이미 베를린 접촉 내용을 설명 받은 남측이 북측을 향해 미측의 진의를 다시 한 번 전달하고 차기 6자회담에서 핵 폐기를 위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고 전했다. 북측으로서는 남측을 통해 미측의 진의를 확인하는데 진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정법 집행과 외교적 협상의 가운데에서 BDA문제를 다루는 미측의 태도가 여전히 관건인 셈이다.
특히 북측은 베를린 접촉을 통해 6자회담과 BDA 문제를 밀착시켰다고 자평하면서 미측 태도를 주시하는 눈치이다. 김 부상은 모스크바에서 “그 사람들(미국) (BDA 문제에서) 자꾸 빠져 나가려 하는데 거기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에 합의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미 양측으로부터 베를린 접촉 결과를 전해들은 한국은 구체적인 차기 회담 전략을 짜야 하는 과제를 맡았다. BDA 문제에 관한 북미 간 갈등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한미간 협의를 진행하고, 북핵 폐기 초기 이행조치에 관한 그물을 짜야 한다.
이날 베이징에서는 24일부터 베이징에서 BDA 북미 협의가 진행된다는 설이 퍼지면서 일부 외신들이 오광철 조선무역은행총재가 평양에서 올 것으로 예상, 베이징 공항에서 기다렸으나 오 총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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