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대표하는 연출가 카마 긴카스(66)를 위해 LG아트센터가 또 몸을 잔뜩 웅크렸다. 1,100석 규모의 극장이 절반인 660석 극장으로 기꺼이 거듭난다. 특히 이번에 긴카스의 연출로 거듭날 작품은 국내에서도 자주 상연되는 <갈매기> 여서, 우리 무대와 세계적인 무대는 어떻게 다른가를 실증할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갈매기>
19세기말 모스크바 근교의 영지에 모인 한무리의 귀족ㆍ예술가 등이 어떻게 서서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근에도 2006 서울공연예술제, 애플씨어터, 극단 김금지, 체홉 서거 100주년 기념, 안톤 체홉 서거 100주년 기념 등의 자리를 통해 공연됐을 만큼 한국인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온 무대.
지난해 10월 하루 10시간씩 모두 6차례에 걸쳐 이뤄진 공개 오디션의 열기부터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 세프킨 연극 학교 등을 졸업한 배우 이항나(아르카지나 역)는 “절대 울지 않는 강한 여인은 불행과 어떻게 맞서는가를 보여야 한다”며 “유학 기간(1993~96년) 동안, 러시아 연극의 역사라는 긴카스의 작품을 숱하게 봐 온 사람으로서 대단한 영광”이라고 300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선 소감을 밝혔다.
긴카스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극 이론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은 물론, 혁명적 무대 메커니즘의 선두 주자로서도 이름 높다. 이번에 선보일 무대는 지난 2002년에 비하면 약과다. 2002년 LG아트센터 기획 공연으로 올려졌던 긴카스의 첫 한국 무대 <검은 수사> 에서는 5분의 1 남짓한 200석이었다. 진중한 삶의 의미가 간결하게 함축된 수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거의 극장 개조 수준. 검은>
20톤에 달하는 물이 무대에 넘나든다. 40~100㎝로 채워질 물은 극의 진행에 맞춰 드나들며 계절의 변화를 관객에게 체감시킨다. 배우들이 수영복 입고 물놀이하거나 낚시도 하는 등 진짜 물로 자아내는 무대의 실존감은 새로운 관극 체험을 제공한다. 물의 출입은 LG 극장이 보유한 물탱크와 펌프로 제어된다. 물이 소도구가 아니라, 무대를 구성하는 환경으로 구사된 것은 우리 공연 사상 최초의 일.
이번 무대는 뮤지컬 제작사로만 인식돼 온 오디뮤지컬컴퍼니가 펼치는 변신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표 신춘수 씨는 “상업적 뮤지컬을 하지만 모든 공연 예술의 근간은 연극”이라며 “드라마적 여백을 메워 창작 뮤지컬로 연계시켜 나가는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업을 ‘체홉의 가을 프로젝트’로 명명, 매년 오디션을 거쳐 <세 자매> <벚꽃 동산> 등 체홉의 대표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벚꽃> 세>
긴카스는 모스크바 연극예술학교, 헬싱키의 스웨덴 연극 아카데미의 교수로 후학을 키우고 있다. 기존 경계를 초탈한 그의 연출법은 세계 각지의 연극 현장을 두루 섭렵한 탈경계적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를 위해 지난 10월 1차 입국한 뒤, 무대 구성과 연출 등의 이유로 두 차례 더 왕래하는 등 두 번째 한국 무대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오승명 조민기 김태훈 등 출연. 3월 15~25일 화~금 오후 7시 30분, 수ㆍ토 3시 7시 30분, 일 2시 6시 30분. (02)2005-011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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