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이른바 '전효숙 파동'에 따른 4개월 여의 소장 공석사태를 끝내고 마침내 정상 운영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이강국 신임 헌재소장의 취임은 헌재의 권위와 신뢰, 그리고 본질적인 법체계를 훼손할 수도 있었던 전효숙 전 소장 후보자 문제가 순리대로 말끔하게 정리된 바탕 위에서 제대로 된 법절차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선 반갑다.
여기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일은 아니나 청와대와 정치권, 법조계, 그리고 국민 모두 정치적 이해에 따른 편의적 법 해석이 얼마나 위험하며, 또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지를 두고두고 경계하는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강국 소장체제가 감당해야 할 책무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지금 헌재에 계류돼 있는 위헌심판 대상만 해도 사학법ㆍ종부세ㆍ한미FTA 등 극히 민감한 사안들이 많은 데다, 앞으로 본격화할 대선정국에서 국민의 선택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만한 현안들이 단지 정치적 효과를 목적으로 숱하게 헌재에 제기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사안들을 다만 헌법정신에 입각해 얼마나 공정하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헌재의 권위와 위상이 달라질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신임 소장이 청문회, 기자회견 등에서 재판관ㆍ소장의 추천ㆍ임명권자에 구애됨 없는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누차 강조한 것도 이를 충분히 염두에 둔 때문일 것이다.
이 신임 소장이 국회 인준표결에서 비록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는 하나 그를 선뜻 흠결 없는 적임자라고 말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국회도 청문보고서를 통해 일부 지적했듯 그는 특히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기준에서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떨떠름한 정서를 무겁게 인식해 재임 기간 공정한 판단과 엄정한 처신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메워 나가는 것 또한 그의 책임이다. 모처럼 제 면모를 되찾은 헌재가 국가의 중심을 제대로 잡고, 민주주의와 법치의 정신을 확고히 세우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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