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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소설을 읽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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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소설을 읽는 우리의 자세

입력
2007.01.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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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이야기>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침묵하려 했는데, 한 기사 때문에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쓴 기사였는데, 그 제목이란 게 '얼빠진 한국, 일본마저 거부한 요코이야기 출간'이었다.

그러니까 그 특파원의 말인즉슨, 중국도 일본도 거부한 소설을, 한국인이 그리 좋게 묘사되지도 않는 소설을, 얼빠진 한국에서만 출간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가로서, 내 그 특파원에게 점잖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소설이란 원래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로 나누어질 수 없는 법이다. 소설은 문제작과 그렇지 않은 것만 존재할 뿐이다.

소설은 누군가에게 던지는 질문이지, 답을 주는 장르가 아니란 말이다. 특파원이 답을 받아적는 데 익숙해서 그것이 불편해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질문조차 허용치 않는 나라의 백성들은 또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그 소설이 교과서로 채택된 것은 비난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교과서란 원래 강요된 해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다르다. 누구도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답은 스스로 찾으면 된다. 그게 바로 소설을 읽는 기본 윤리다. 그 윤리에서 벗어났을 때, 우리는 '얼빠졌다'라고 말한다. 이상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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