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SK커뮤니케이션즈에 취업한 남보현(27)씨. 그의 ‘면접성공기’는 사내에서 지금까지도 화제다. 면접 때 그가 받은 미션은 ‘도토리(사이버머니) 100개를 써서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미니홈피를 꾸미라’는 것. 남씨는 고민끝에 명동거리에 나가 도토리 100개를 경품으로 걸고 행인들에게 “내 첫인상을 말해달라”고 물었고, 이를 토대로 미니홈피를 꾸몄다. 남씨는 “나와 초면인 면접관에게 ‘내가 생각한 나’보다 ‘3자가 본 진짜 나’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월드건설은 올 신입사원을 사이판 리조트에 가서 뽑는다. 그러나 놀고 먹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케이블TV 특집 프로그램 ‘도전! 신입사원’이란 프로그램과 연계, 지원자들에게 3단계 서바이벌 미션을 준 뒤 끝까지 살아 남는 사람만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체력은 물론 도전정신과 위기극복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기업 채용의 액센트가 바뀌고 있다. 명문대학만 나왔다고, 필기시험만 잘 본다고, 토익 점수만 높다고 뽑히던 시대는 지났다. 자기소개서 잘 쓰고 면접 때 똑부러지게 말 잘하는 것만으로도 불충분하다.
새로운 채용 트렌드의 초점은 창의력과 위기관리능력, 사회적 친화성. 토익점수처럼 계량화할 수도 없고, 회의실 면접에서처럼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항목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원자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미션’을 던져주고, 그 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주류업체인 ㈜선양은 신입사원 최종 선발과정에서 마라톤 10㎞완주를 정사원 채용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완주하지 못하면 ‘수습’딱지를 떼지 못한다. 회사 관계자는 “무쇠체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정신과 인내심을 일깨워 주려는 것”이라며 “결국 대부분 직원들이 완주목표를 달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면접은 2박3일간 무려 19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지원자들로 하여금 지인들에게 ‘나를 평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테스트의 압권이다. 은행측이 측정하려는 것은 평가내용이 아니라 답신이 오는 비율과 시간. 은행 관계자는 “응답문자가 빨리 많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의 대인관계가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2명의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최소 10통이상 답신이 와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1박2일의 합숙면접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던져주고, 지원자들이 토론과 상상력을 총동원해 주제에 맞는 제품을 만들도록 한다. 팀별 협동심을 높이기 위해 도미노, 퍼즐맞추기 게임도 실시한다.
채용전문업체 잡코리아 변지성 홍보팀장은 “서류전형이나 단순면접을 넘어 업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골라낼 수 있는 맞춤형 선발과정을 도입하는 추세”라며 “지원자들도 창의성과 도전정신, 위기관리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입사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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