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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의 아버지' 佛 아베 피에르 신부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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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의 아버지' 佛 아베 피에르 신부 별세

입력
2007.01.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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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성자’ ‘빈민의 아버지’ 로 추앙받던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가 22일 94세로 선종(善終)했다. 아베 피에르 재단은 피에르 신부가 22일 파리의 발 드 그라스 병원에서 폐 감염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노숙자를 위한 ‘엠마우스 공동체’를 만들어 평생을 헌신해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인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사람으로 꼽힌 피에르 신부는 ‘단순한 기쁨’ 등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1993년 10월 서울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열린 국제 엠마우스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적도 있다.

1912년 리옹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자기 몫의 상속 재산을 자선단체에 나눠주고 19세에 성프란체스코 수도회에 들어갔다. 2차대전 때는 독일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 했다.

49년 파리 근교에 오두막을 짓고 노숙자들을 위한 자립공동체인 엠마우스(Emmaus)를 만들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노숙자를 위한 입법 활동도 벌였다. 현재 엠마우스 공동체는 전 세계 50개국에 350여 그룹이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일한다, 나눈다, 베푼다’를 3대 원칙으로 하는 엠마우스 공동체의 핵심 철학은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인간에게도 그만의 탁월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는 노숙자 운동을 하면서 TV 방송 등에 출연해 종종 격하게 분노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자주 화내는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을 무너뜨리는 무언가에 대해 비난해야 할 때면 화를 내기도 한다”면서 “이 같은 ‘성스러운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사랑이며, 이 둘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에르 신부는 9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여자로 결정됐을 때 처음에는 훈장 수여를 거부했다. 노숙자에 대한 정부 정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2000년에야 훈장을 받았고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선종 소식에 “우리는 훌륭한 인물, 양심, 그리고 덕의 화신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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