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고건 전 총리의 중도 포기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2% 전후에 머물던 정 전 의장의 지지율이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후 3~6%로 뛰어오른 것은 기회의 측면이다. 그러나 외부 인사를 여권의 대선주자로 영입하기 위해 정 전 의장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정 전 의장으로 범여권 지지층의 기대가 몰릴 것이란 시각이 있다. 호남권에서 정 전 의장의 지지가 높아지는 등 고건 대체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고 전 총리 낙마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장의 지지율은 평균 1~3%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정 전 의장이 여권의 후보로 부상할 수도 있다. 원내에 정동영 계보 소속 의원이 많다는 점도 자산이다.
또 외부의 새 인물이 정치권에 진입해 대선주자가 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힘을 얻고 있다.
반면 고 전 총리가 불출마 이유로 제시한 ‘현실 정치의 벽’이 정 전 의장과 김 의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은 정 전 의장에게 상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두 사람의 벽이 높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다. 고 전 총리의 낙마는 결국 이번에 호남 후보로 정권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해석도 정 전 의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여권으로 영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에게는 기회이자 부담이다. 그는 손 전 지사와 연대를 추진할 수도 있으나 ‘정 전 의장 카드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정 전 의장의 진로는 여론 흐름에 달려있다. 설 연휴 전후까지 정 전 의장이 지지율 두 자릿수에 진입한다면 급속도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캠프측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은 우리당 창당 직후 7%였던 당 지지도를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던 사람”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장은 본격적인 바람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18일 비정규직 교수노조와의 정책간담회를 갖고 교육 정책을 설명했다. 또 21일에는 자발적 팬클럽인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출범식을 백범기념관에서 대대적으로 가질 예정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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