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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변해야 산다] (3) 유소년 육성으로 꿈나무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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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변해야 산다] (3) 유소년 육성으로 꿈나무 키우자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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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훈민정음 첫 대목이 야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야구의 뿌리에 해당하는 유소년 야구가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뿌리가 흔들린 탓인지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포진한 한국야구대표팀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과 사회인야구 대표가 출전한 일본에 참패했다.

한국에는 야구 꿈나무가 1,70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야구를 국기로 삼은 대만은 2만 8,000여 야구 꿈나무가 자라고 있고, 아시아 최강 일본에는 약 20만명 이상이 야구를 즐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광환 육성위원장은 19일 “한국이 대만에 진 건 예고된 결과로 유소년 야구의 침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10~15년 후에는 한국야구는 중국에도 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야구 꿈나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야구를 하고 싶어도 주위에 야구장이 없다는 사실. 이광환 위원장은 “전국에 축구장이 400개 가까이 있지만 야구장은 33개 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야구장이 없는 상황에서 유소년 야구 육성을 부르짖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어린이들이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야구장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야구장 건설이 쉽지 않기에 축구장이나 동네 공터라도 그물망을 치자는 주장도 있다. 유소년 야구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야구장 건설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KBO는 지난 2005년부터 야구를 변형시킨 놀이 T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어린이들이 야구를 즐길 장소가 없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T볼을 통해서라도 야구의 씨를 뿌리겠다는 의미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야구 꿈나무들이 수업을 포기한 채 야구에만 매달리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학교까지는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고등학교부터 실력이 빼어난 선수는 운동하고 나머지는 학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소년 야구 육성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어린이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이를 위해서는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이광환 육성위원장은 지난해 각 시도 교육청을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 유소년 야구 지원을 부탁하자 교육청 담당자들이 “야구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뭘 해달라는 부탁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 야구계가 유소년 야구 육성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뿌리 채 뽑힐 수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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