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풍자 칼럼니스트 아트 버크왈드가 17일 밤 워싱턴의 아들 집에서 사망했다. 향년 81세. 아들 조엘은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말했다.
버크왈드는 자유기고 칼럼니스트로 지난 50여년 동안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등 미국의 주요 신문 칼럼을 통해 부자와 유명인, 정치인들을 통렬하고 유머러스하게 풍자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버크왈드는 1949년 파리에서 뉴욕 헤럴드트리뷴에 철 칼럼을 기고했으며, 62년 미국으로 돌아와 주로 워싱턴 정가를 소재로 신디케이트 칼럼을 썼다. ‘워싱턴의 기지’라는 별명으로 비판적이면서도 풍부한 해학성을 지닌 칼럼을 써온 그는 수많은 정치인들에게 웃음과 신랄함을 함께 안겨줬으며, 82년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지병인 신장병이 위중해지자 그는 집중치료를 거부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겠다며 호스피스 병동을 택했다.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운명에 좌절하지 않는다”며 신장투석을 중단했고, 이 때문에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기껏해야 2~3주 정도일 것으로 예상됐다.
넉넉한 유머로 다가오는 죽음과 악수하는 마음의 풍경을 담은 칼럼 ‘독자 여러분,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 글을 씁니다’를 IHT에 기고한 것은 예상 수명을 넘긴 지난해 3월8일. 고인은 이 칼럼에서 “6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살아있다. 메디케어의 혜택을 나보다 더 잘 받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유머로 글머리를 꺼냈다.
이어 고인은 “이곳에서 나는 아름다운 거실에 앉아 (병자로서 안쓰러운 절제 대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맥도널드 햄버거와 밀크쉐이크까지 사다 달라고 할 수 있다. 집중치료를 택했다면 할 수 없는 꽃 선물도 받을 수도 있고, 수시로 찾아오는 친구들과 정다운 옛날 이야기도 나눈다”며 죽음을 관조하는 마음의 평화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뉴욕타임스는 18일자에서 그를 ‘당대의 유머리스트’라고 칭하며 애도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