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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당 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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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당 놀음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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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 유지된 정당은 박정희 시절 집권당 민주공화당이다. 5공화국이 뜨는 과정에서 1980년 10월 27일 헌법 부칙 제 7조에 의해 모든 정당이 해산될 때까지 17년 6개월간 존속했다.

그 기간 야당이었던 신민당이 69년 9월부터 11년 1개월간으로 장수정당 2위, 이어 JP의 자유민주연합이 10년 9개월 간 존속했고, 현재 한나라당이 9년 10개월 간 활동 중이다. 다음으론 5공화국의 민주정의당이 9년 1개월, 90년 3당 합당의 산물 민주자유당 7년 9개월 등이다. 동일한 명칭의 정당 존속기간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

■ 1963년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과 말소 기록을 가진 정당은 모두 115개. 평균 수명은 3년 남짓이다. 수백 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에 비교하면 우리 현대 정치사 자체가 일천한 편이다. 죽었다 살았다를 밥 먹 듯이 해 온 정당사가 부끄러울 뿐이다.

한국의 정당 정치는 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위기 탈출방식의 비정상적 행태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정당은 여야 구별 없이 위기 시에는 결합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로부터 탈출해 정국 주도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정당은 통합 또는 흡수라는 방식을 통해 힘의 우위를 확보하려고 든다고 심 교수는 본다. 선거법이나 선거제도의 변화가 없는데도 정당구도가 바뀌니 이를 이합집산이라고 불러 격하할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정치제도의 변화와 사회 가치관의 균열이 정당 구도에 변경을 가져 올 수 있지만, 이는 서구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독일의 녹색당, 우리로 치면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이런 신생정당의 사례이다.

■ 열린우리당의 신당 몸살은 심 교수의 진단에 그대로 부합한다. 존립 자체가 어려워 진 위기, 그리고 위기극복 방식의 무원칙성 몰가치성 부도덕성을 모두 보여준다. 한 가지 예외라면 과거 정당의 이합집산이 인물 중심으로 벌어진 데 비해 중심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고건 전 총리가 무대에서 내려와 버리자 공동(空洞) 상태에 빠졌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손학규 전 지사를 데려오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 "신당 놀음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지, 경쟁사 직원까지 무차별로 빼내려는 짓은 그만두라"는 핀잔을 듣는 판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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