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농구붐’의 예고인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격돌한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의 ‘라이벌 매치’가 열린 21일 잠실실내체육관. 오랜만에 농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관중 수는 무려 1만1,988명. 1998년 1월2일 기아-삼성전(잠실실내체육관)의 1만2,556명에 이은 역대 최다 관중 2위 기록이다. 하지만 당시 중립경기 2경기가 함께 열린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역대 한 경기 최다 관중인 셈이다. 이날 서울 전주 인천 부산에서 열린 4경기에는 무려 2만9,008명의 관중이 몰려 지난 2004년 10월31일(5경기)에 기록된 3만930명에 이어 하루 최다 관중으론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관중 대박을 끌어낼 만큼 볼거리도 풍성했다. ‘원한 대 원한’의 격돌, 그리고 지난 시즌 공동 MVP 양동근(모비스)과 서장훈(삼성)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내리 4연패한 모비스도, 올 시즌 내리 3번을 져 자존심을 구긴 디펜딩 챔피언 삼성도, 독기를 내뿜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부터 양팀 사령탑은 “올 시즌 부상 선수 없이 제대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서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승부는 양동근의 손끝에서 갈렸다. 올 시즌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양동근은 32점 8어시스트 3스틸로 코트를 휘저었고, 모비스는 삼성을 99-83으로 꺾고 선두를 내달렸다. 지난 12월16일 KCC전 이후 원정경기 6연승을 기록한 모비스는 팀 역대 최다 원정 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관중들의 ‘이상 열기’에 선수들도 달아올랐다. 승부가 갈린 2쿼터에는 명장면도 연출됐다. 모비스 크리스 윌리엄스는 40-39로 앞선 상황에서 네이트 존슨의 볼을 빼앗은 뒤 멋진 덩크로 실력 시위했다. 이어 양동근이 삼성 강혁의 볼을 빼앗아 내달린 뒤 뒤따라오던 이원수를 드리블로 제치고 속공 레이업슛으로 연결한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모비스의 전반 54-46 리드.
3쿼터에는 모비스의 3점포 5방이 폭죽처럼 터졌다. 58-55까지 쫓긴 3쿼터 중반 양동근 김동우 이병석 등의 잇단 외곽포로 모비스는 3쿼터 80-68로 줄달음쳤다. 한편 전주에선 창원 LG가 홈팀 KCC를 86-64로 완파하며 3연승을 기록했고, 인천에선 전자랜드가 대구 오리온스를 88-85로 꺾고 공동 6위로 올라섰다. 부산에선 안양 KT&G가 부산 KTF에 90-88로 승리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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