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열린우리당 당헌개정 무효 결정으로 전당대회 무용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우리당 내 통합신당파의 선도탈당 가능성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통합신당파 의원들 사이에선 “이젠 당내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뚜렷해지면서 여당의 분당 위기가 급류를 타고 있다.
특히 당내 최대계파의 수장인 정동영 전 의장이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탈당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나섬에 따라 우리당 내분사태는 일부 의원들의 선도 탈당 수준을 뛰어넘는 초 비상국면으로 들어갈 기미마저 보인다. 정 전 의장의 발언은 오는 29일 소집될 중앙위원회의에서 사수파쪽이 기간당원제 고수를 주장하며 기초당원제로의 전환을 저지하고 나설 경우 사실상 전대 개최가 무의미해지게 되므로 탈당을 결행할 수밖에 없다는 엄포로 받아들여진다. 정동영계 차원의 행동은 탈당대열을 우리당 소속의원 139명의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개연성마저 낳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날 언급의 후폭풍은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다.
우선 현재까지 선도탈당론에 공감하는 의원의 수는 40~50명선. 염동연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호남출신과 천정배 의원, 수도권 재선그룹, 강봉균 이계안 등 관료 및 전문가그룹 등이다. 이들 중 20명 이상이 동반 탈당할 경우 즉각 국회 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하다. 현재 중국에 체류중인 염동연 의원은 22일 귀국한 뒤 빠르면 이번 주 중 탈성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혼자서라도 ‘제3지대’에서 민주당측과 터를 닦겠다는 게 염 의원측의 반응이다.
전대 이전 탈당을 적극 고려중인 천정배 의원도 수도권 지역 3~4명과 동반 탈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천 의원측은 “이런 식으로 신당을 놓고 이리저리 갈등만 재연한다면 외부세력 참여는 어려워진다”며 “염 의원과 분명한 인식공유가 있다”고 전했다. 이계안 의원측도 탈당 결행에 대해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과 분명 다르다”며 “이번 주 초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최재천 의원은 “개혁그룹 내 탈당파가 있으며 천정배, 이계안 의원 등과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전에 탈당한다는 점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신당모임 ‘희망21’의 양형일 의원은 “전대가 열리냐 안열리냐도 의미가 실종됐다”며 탈당결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수도권의 정성호 의원도 “통합신당수임기구를 만들더라도 활동기간 4개월만 허비하고 깨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불임정당과 있다가 대통령과 같이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탈당의사를 밝혔다. 재야파에서는 호남권, 충청권, 수도권 등 4~5명의 의원이 선도 탈당론에 적극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장선 김부겸 조배숙 등 재선그룹과 김한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최용규 조일현 등 원내부대표 출신들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양상이다. 신당파는 주초부터 접촉을 강화, 행동통일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며 탈당시점은 29일 중앙위 개최 전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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