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을 앓고 있는 60대 남성 A씨는 의사로부터 “혈압 조절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 차례 들었지만 병원에서 돌아오면 무심하게 지냈다. 약을 먹어도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잘 몰라 약 먹는 것도 소홀하게 되고, 운동을 하려 해도 숨이 차고 귀찮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홈 케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혈압 챙기기가 즐거운 습관이 됐다. 집에서 매일 매일 측정하는 혈압을 원격진료기기에 연결해 전송하면, 혈압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간호사가 꼬박꼬박 답신을 해 주는 덕분이다. “10년 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 떨어졌다”는 말을 들으면 A씨는 약과 운동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마치 집에서도 늘 의사를 곁에 두고 사는 듯한 느낌이다.
집에서도 병원과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 서비스가 조만간 현실화할 전망이다. 연세의료원은 이달 초 LG CNS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홈 케어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홈 케어 서비스는 환자가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혈압 맥박 체중 산소포화도 등을 인터넷망으로 의료기관에 전송하고 의료기관은 이 정보를 축적하면서 코디네이터를 통해 상시적인 환자 상담을 해준다.
LG CNS는 모든 종류의 자가측정 의료기를 연결할 수 있는 인텔사의 홈 케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연세의료원의 정보시스템과 간호사 출신의 코디네이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일상적인 측정자료를 축적해 환자 상태를 파악한 뒤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정보실장인 장병철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먼저 혈압 조절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100명 정도를 자원 받아 홈 케어 서비스를 받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혈압 조절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2월중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상시험과 시스템 보완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드라마틱하게 보이지는 않아도 일상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자에게는 이러한 홈 케어가 수명 연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을 앓았거나 심부전이 있거나 당뇨가 함께 있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을 제대로 관리해야 심장의 악화와 돌연사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만성 질환자의 경우 의사가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해도 환자가 잘 챙겨먹고 체중조절과 운동 등을 병행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아무 효과가 없는데 이러한 관리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두 달에 한번 병원에 와서 혈압을 재고 혈압이 높으면 약을 더 쓰죠.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는지 안 먹는지도 모르면서요. 그런데 환자는 어떤 줄 아십니까? 약 먹으면 오히려 어지러우니까 약을 빼놓고 먹어요. 그러니 병원에서의 혈압이 문제가 아니라 집에서의 혈압이 문제인 겁니다.” 장 교수는 홈 케어 서비스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하며 “이러한 서비스가 일반화하면 만성 질환자들은 병원 가는 횟수를 줄이면서도 더 만족스러운 의료관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대당 100만원 정도 하는 인텔의 시스템 가격과, 코디네이터의 상담에 대한 비용 등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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