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21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일대. 방역당국이 마을로 통하는 모든 길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방역복을 입은 100명의 방역요원들이 오염지역으로 속속 투입됐다. 이들은 AI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의 닭과 오리 27만3,000여마리를 이산화탄소 가스로 질식시키는 작업을 했다. 살처분된 가금류는 2차 오염방지 처리된 구덩이에 무더기로 쓸려 내려갔다. 이곳은 2003년 12월에도 AI가 발병했던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설을 앞두고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방역요원들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천안시 풍세면 성기훈 면장은 “지난달 아산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뒤 우리 지역 양계농민들은 소독을 강화하고 사람과 차량 통행도 제한하는 등 방역노력을 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 주민들이 크게 낙심하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22일 열리는 농림부가축방역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오염지역 내의 돼지 6,000여마리와 위험지역(반경 3㎞이내)의 가금류 38만5,000여마리도 추가로 살처분될 수 있어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다.
방역당국은 AI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충남도는 이날 오전 이완구 지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천안시, 아산시 등 20곳에 설치된 통제초소를 30개소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통제초소는 가금류 및 분뇨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모든 이동차량에 대해 약품소독을 하고 있다.
풍세천과 미호천의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발표에 따라 철새도래지 하천과 인근 가금류 농가에 대한 병역활동을 강화하고 혈청ㆍ분변 검사를 집중 실시키로 했다. 철새의 가금류 사육농장 접근을 막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할 것도 각 시ㆍ군에 지시했다.
도는 특히 철새도래지 주변에서의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박윤근 충남도 농림수산국장은 “20일 천안 AI 발생 현장을 방문한 박홍수 농림부장관에게 이 같은 법안의 제정을 건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천안의 AI 발생은 지난해 12월 21일 8㎞ 떨어진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오리사육농가의 AI 발생 이후 한달 만이며 지난해 11월 전북 익산과 김제 등에 이어 5번째다.
AI가 발병한 천안 산란계 농장에서 발병 전 달걀 43만2,000여개가 인천으로 출하된 것으로 파악됐으나 충남도는 “달걀은 방역관으로부터 출하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반출됐으며, 세척과 소독을 모두 마쳤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천안=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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