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성과금 50% 추가 지급’ 합의에 따라 18일 정상조업에 나섰지만 노사가 합의서를 각기 입맛에 맞춰 해석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파업 사태는 20일간의 진통 끝에 어설프게 봉합됐지만 성과금 지급 시점과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문제 등을 놓고 노사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성과금 지급 조건과 시기는
회사는 성과금 지급과 관련, “지난해 생산목표 미달 분과 성과금 사태 이후 생산차질(약 5만대)을 만회하는 조건으로 격려금 형식을 빌어 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조건부가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합의서에는 ‘노조는 2007년 2월 말까지 미달 대수 만회를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회사는 그 시점에 격려금 50%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만회 여부와 관계 없이 2월 말 지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회사는 그러나 “미달 대수 만회 시점에 지급하는 격려금인 만큼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미달 부분을 만회해 성과금을 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지급할 경우 “회사가 또 다시 노조에 밀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반대로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노조의 반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고소 등 제반 문제는 원만히 해결?
노조가 요구해온 ‘손배소 취하’ 문제도 합의서에 포괄적이고 원론적으로 명시해 논란의 여지가 크다. 노사는 연초 시무식장 폭력과 잔업거부 등 혐의로 고소 고발된 사안과 관련, ‘이번 사태로 발생한 제반문제에 대해 조기에 원만히 해결토록 최선을 다한다’고 합의했다.
사법처리 사안은 회사가 불법 파업과 관련, 박유기(41)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26명을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시무식 폭력사태와 관련한 노조간부 22명에 대한 고소(폭력 및 업무방해) 등 두 가지다. 하지만 관련자가 많은데다 사태 타결 직후 화해 분위기에서 강제 구인 등 공권력 발동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울산지법은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박 위원장과 안모(42) 수석부위원장이 이날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아 구인영장 만료일인 23일까지 출석하지 않을 경우 영장발부를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다음달 사퇴를 앞둔 박 위원장은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지부장을 뽑는 차기 집행부 선거일정 확정 등 내부 현안 때문에 이른 시일 내 영장실질심사 출석이 어려운 상황이다.
원칙적 진행 vs 조속히 해결
합의서 해석 또한 제각각이다. 윤여철 사장은 “폭력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추궁과 성과금 합의는 별개며 회사가 제기한 법적 조치는 원칙적으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 내용은 합의서에 빠져있다. 노조는 “고소 등 형사상 문제는 회사의 손을 떠났지만 손배소 등 민사 부문은 노사협의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자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원칙을 지키겠다”고 장담해온 회사가 손배소를 취하할 경우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애매하게 합의해 놓고 나중에 국민적 관심이 잦아들면 취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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