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손을 호호 불어가며 동생들과 김장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려고 그래요.”
17일 송지수(12ㆍ인천 작전초교 5년)군의 목소리는 떨렸다. 전국 규모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다는 감격보다는 석 달 가까이 마음 고생, 몸 고생 했던 것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다가선 것 같았다. 지수는 교내 적십자단 동생 4명(신동현, 황상훈, 신동혁, 조 건)과 함께 유니세프(UNICEFㆍ유엔아동기금) 한국위원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나눔신문 공모전’에서 초등학교 부문 대상인 으뜸나눔상을 탔다.
지수팀의 신문 이름은 ‘꿈나무의 사랑 이야기’다. 이들 오총사는 나눔을 실천한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14쪽의 신문에 담았다. 지난해 11월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가하고 양로원 ‘내일을 여는 집’에 찾아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벗도 돼 드렸다. 실직자 쉼터에서는 청소와 식사준비를 도왔다.
나이는 어리지만 오총사 모두 봉사 활동에 있어서는 어른들보다 훨씬 낫다. 동현(11ㆍ4년)이는 3년 동안 새벽에 우유를 배달하며 모은 용돈을 꽃동네에 보냈다. 인천서부교육청 이웃사랑 실천사례에서 금상을 받았을 정도다. ‘천방지축’ 소리를 듣는 막내 건(9ㆍ2년)이도 “1년 동안 저금한 돼지저금통을 털어 친할머니께 떡을 해 드렸다”고 말했다.
신문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이 없느냐고 묻자 오총사는 “왜 없겠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상훈(11ㆍ4년)이는 “양로원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파를 까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고 특히 계란 부침개를 할 때는 혹시나 망칠 까봐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김장을 잘 해보려고 집에서 엄마랑 며칠 동안 연습을 했다”는 지수는 “맛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만든 김치를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드신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회고했다.
건이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남아 친구들이 공 차는 소리를 들으며 신문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그래도 우리 손으로 뭔가 해냈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오총사는 대상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주어지는 ‘해외 봉사 활동’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들은 2월 중 아시아 한 나라의 유니세프 해외 사업장을 간다. 동혁(10ㆍ3년)이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할 만큼 어렵게 사는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말이 잘 안 통해 답답할 것 같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동현이와 동혁이는 친형제다. 상훈이는 “남을 돕는다는 게 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됐다”며 “다른 나라 친구들을 도우며 더 많은 것을 깨닫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모전을 진행한 유니세프 김경희 세계교육 부장은 “다섯 친구 모두 어른보다 봉사가 몸에 더 배어 있다”며 “자신들의 경험을 신문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