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야기된 대권 주자들에 대한 표심 이동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직후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를 보면 일단 고 전 총리 지지층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 를 향해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여권에서는 지역적 기반이 겹쳤던 정동영 전 의장이 ‘고건 쇼크’의 큰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징후는 지난해 1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 이미 포착됐다고 한다. 대선후보 1순위 지지도와 2순위 지지도를 구했을 당시, 고건 전 총리를 1순위로 택한 지지층의 3분의 1이 2순위로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했고, 15%는 박근혜 전 대표, 10%가 정동영 전 의장을 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밑바닥 표심은 고 전 총리의 낙마가 실제 상황이 되자 고스란히 현실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이는 사람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면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물론 단기적인 전망이다. 최근의 조사결과는 일시적일 뿐 10%대의 고건 지지층은 아직 부동층으로 남아있다는 설명도 많다. 고 전 총리의 낙마 전후 각종 지지도 조사 결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도 변화가 들쑥날쑥인 것만 봐도 고건 지지층이 우왕좌왕 하는 상황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몇 차례 조사결과만 가지고 고건 지지층이 한나라당 후보 지지로 견고하게 옮겨갔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명박과 박근혜 지지율을 합하면 70%가 넘어가는데 여기에서 더 표가 붙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명박_박근혜_고건 3강구도’로 정립했던 대선 판 자체가 무너진 대선구도를 어떻게 짚어야 할까.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어제 오늘 조사 결과를 보고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고 전 총리가 마지막까지 갖고 있던 10%대 지지도는 제3의 후보가 나오면 그 쪽으로 갈 표“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호남 지지층의 향배에 대해 당분간 이명박과 박근혜쪽으로 가겠지만 반 한나라당 정서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쏠림 현상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여론조사가 흔들리는 호남심리를 반영할 뿐 호남 민심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호남 출신인 정동영 전 의장이나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점에도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 정체나 전격 사퇴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후보로는 정권재창출이 쉽지않다는 가설을 보여준 셈이어서 역시 ‘정동영 카드’나 ‘천정배 카드’의 명분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리서치 김 이사는 “현재의 여권 후보들의 지지도가 2%, 3%인데 고 전 총리의 낙마로 2%가 올라 두 배로 뛰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의미로 봐야 할 지 쉽지 않다”면서도 “물론 통계적으론 큰 의미가 아니지만 6~7% 이상 나온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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