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이진희 한국일보 편집국장 등 중앙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32명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개헌제안은 정치적 의도와 무관한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해를 요청했다. 청와대 충무실에서 오찬을 겸해 열린 이날 간담회는 문답 형식으로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_어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는데.
“보기에 따라 제가 언론인들을 좀 공격을 해 버린 셈인데 좀 아픈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매일 당한다. 여러분 감정에 손상을 입힌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_정확하지 않은 보고만 믿고 언론을 무조건 불신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정보를 참모에게 의지하는 수준이 낮다. 들어오는 방향의 소통은 막힘이 없을 것이다. 나가는 방향의 소통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
_이번 사태는 구체적 예산대책이 없는 보건복지부의 발표잘못 탓이 큰 데.
“모든 정책이 예산 대책을 다 세워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언론 지적도 당연하다. 관점차이는 상관없다. 그러나 대선용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
_아세안+3 정상회의 만찬 불참과 관련해 아베 총리와의 신경전 보도 등이 있었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몸살기가 있었다. 국제 외교 하는 마당에서 무슨 말씨름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심기 불편해서 자리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내가 민감했던 것은 그런 보도가 일본 사람들이 볼 때 국가의 품격이 깎이지 않겠는가 싶어 제발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통 사정을 한 것이다.”
_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당이 개헌에 응한다면 대통령 탈당 이상의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구체적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표현을 강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 아닌가. 내놓을 것도 없지만 가진 것만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의 대가를 치르고 라도 이건 꼭 해야 된다, 이런 취지다.”
_한나라당의 반대에도 개헌안을 발의할 생각인지, 부결이후 구상은.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바깥에서 정당이 반대하다가도 국회에 의안이 발의되면 그때부터 의무적으로 토론해야 된다. 부결하면 이 노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결시킨 사람들은 이후에 정치적 부담을 생각해야 될 것이다.”
_정략적 의도가 없었다면 대선중립 등을 밝힐 용의는.
“내 선언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하루하루의 국정이 전부 대선용으로 보도되고 있고, 있지도 않은 정상회담 계획까지 나와 그게 전부 대선용으로 가고 있다. 심지어 개헌까지 대선용으로 돼 있는 마당에 내가 말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선언하고 식언하는 사람보다는 아무 말도 안하고 법대로 가겠다.”
_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는 통일부의 자료에 근거한 것 아닌가.
“통일부 제안이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 할 수는 없다. 정상회담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부인했다.”
-대통령이 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있다.
“이번에 이 개헌을 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 어떤 개헌 의제이든 개헌의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개헌을 하자는 것이지 말년에 주도권 잡으면 얼마나 잡고 놓으면 얼마나 놓겠는가. 사실을 갖고 (국민이) 헷갈려 하면 그것을 헷갈리지 않게 설명해 주는 것이 언론의 책임인데 일부 언론은 집권연장기도(로 보도한다). 그러면 안 된다. 개헌과 여당의 재집권은 아무런 논리적 관계가 없다. 나하고도 관계가 없지만 여당에게 뭐가 유리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시점 개헌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인데.
“여론은 바뀐다. 여론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나는 정치 인생을 살아 왔다. 미국 여론이 (과거에는) 파병을 다 찬성했지 않느냐. 지금은 전부 부시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 여론은 변하게 돼 있다. 상황에 따라 변한다. 책임 있는 사람은 멀리 내다보면서 1년 뒤, 추후 5년 이렇게 가지만 여론은 그렇게 멀리 보지 않는다. 미국의 여론도 이라크에 들어갈 때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개헌이든 국민의 흔쾌한 동의와 축복이 없다면 늘 문제가 됐다. 대통령 제안 후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옛날에는 다 집권연장이라는 나쁜 방향으로 개헌을 하니까 국민이 흔쾌히 동의하지 않았다. 이제는 혁명이 아니라 제도개선이라는 관점에서 헌법을 손질할 때가 됐다.”
-참여정부의 성적표가 좋지 않아 민주화 세력에 대한 평가도 도매금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모든 것을 경제성장률 하나만 갖고 비교하는 단편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성장률 5%냐, 6%냐는 것 갖고 얘기하는 시대가 아니다. 다음 후보들을 내가 한 번 보겠다. 지금 경제파탄, 민생파탄 얘기하는데 경제 잘한다는 후보자들이 과연 몇% (경제성장률) 공약을 내는지 한 번 볼 생각이다. 참여정부 동안 경제의 잠재성장능력 향상에 집중한 것은 여러분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고건 전 총리 불출마 선언에 대한 생각은.
“그 문제는 더 무슨 얘기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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