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 역사에 ‘차출 거부’로 인한 대회 불참이 있었을까. 이 보기 드문 해프닝이 2007년 새해 벽두 한국 축구에 일어났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끝내 카타르 8개국 친선대회에 불참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K리그 14개 구단에서 선수 소집을 거부함에 따라 카타르에서 열리는 8개국 올림픽대표 친선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이날 오후 프로축구연맹 대의원총회에서 재차 결정된 ‘프로 선수들의 카타르 대회 차출 불가’ 방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전지훈련을 겸한 카타르 대회 참가가 불발됐고, 한국 축구는 ‘차출 거부로 인한 국제대회 출전 취소’라는 보기 드문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는 비운을 겪게 됐다.
축구협회측은 대의원총회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다. 연맹 이사회가 15일 결정한 차출 거부에 대해 대의원총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기 때문에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고 기대한 것. 협회측은 15일 밤 늦게까지 각 구단 단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K리그 14개 구단의 결정은 단호했다. 연맹 이사회는 합의가 선행되지 않은 대회에 선수들을 내줄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곽정환 연맹 회장은 “축구협회가 한국축구 발전과 대표팀 운영에 힘써왔지만 선수 구성에 다소 이해를 달리해 이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사회는 원칙과 기준에 충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협회의 조중연 부회장과 김호곤 전무 등은 연맹 대의원회의 직후 긴급 회의를 소집해 카타르 대회 출전 여부 등을 논의했다. 소집이 불가능해진 올림픽대표팀 대신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출전 시키는 방안 등이 검토됐으나 결국 대회 참가를 포기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핌 베어벡 감독은 이에 대해 “올림픽대표팀이 카타르 대회 참가 및 전지훈련을 할 수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며 협회 관계자를 통해 유감을 전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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