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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한국인 테너로 최초 뉴욕 메트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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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한국인 테너로 최초 뉴욕 메트 데뷔

입력
2007.01.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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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너로는 처음으로 지난 10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에 데뷔한 테너 김우경(30). <라 트라비아타> 에서 알프레도 역할을 맡은 그는 비올레타로 분한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메트 127년 역사상 첫 동양인 주인공 커플로 기록됐다. 뉴욕타임스는 김우경에 대해 “매력적이고 힘찬 목소리를 가진 주목할 만한 성악가”라고 평했다.

김우경은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테너로는 처음이라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데 무대에 오를 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나라, 어느 학교 출신 김우경이 아니라 그저 성악가 김우경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스타트인 만큼 저로 인해 한국 선후배들이 욕 먹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은 들었어요. 원래 무대에서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인 데다 홍혜경 선생님이 막내 동생 대하듯 잘해주셔서 편했습니다. 어디서든 노래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똑같습니다.”

메트는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영국의 로열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단으로 불린다. 전통에서는 유럽에 밀리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으는 흥행 극장이다. 메트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홍혜경이 단원으로 들어가 주역으로 성장한 데 비해 김우경은 단숨에 주인공을 꿰찼다.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씨는 “메트는 지명도를 많이 따지고, 완전히 검증 되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는다”며 “바늘구멍을 뚫은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서정적인 리릭 테너인 김우경은 한양대 음대와 독일 뮌헨 국립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친 뒤 2003년부터 독일 드레스덴 젬퍼 오퍼의 전속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하며 크게 주목 받았고, 드디어 메트 무대까지 밟았다.

짧은 시간에 세계 정상까지 다가간 김우경이지만,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재능이 없으니 전공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만류까지 받을 정도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시작하려고 몇몇 대학 강사분들에게 오디션을 받았는데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좋지 않으니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유일하게 교회 지휘자 선생님께서 한번 해보라고 하셨죠. 하나님께서 저에게 좋은 목소리와 고음은 주지 않으셨지만, 대신 배운 것을 빨리 습득하는 능력을 주셨어요. 단점을 고치기 위해 계속 노력했더니 요즘은 타고난 미성이라는 평가가 들려요. 단점이 장점이 되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죠.”

유럽 활동을 시작할 때 에이전시로부터 “발음이 어려우니 영어 이름을 짓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도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 때문에 캐스팅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마포공덕교회 김광집 목사)의 말씀에 마음을 바꿨다. “‘모든 사람들이 파바로티나 도밍고의 이름을 알지 않느냐. 네가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라고 하셨어요. 외국에서 외국 노래를 부르는데 이름까지 외국 것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이 제 이름을 통해 한국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음악계를 위해서도 일하고 싶어요.”

13일 <라 트라비아타> 의 두 번째 공연을 마친 김우경은 2월 22일까지 5회의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이후 독일 드레스덴 젬퍼 오퍼로 돌아가 세계적인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벨리니 오페라를 함께 한다. 6월에는 뮌헨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 <마술피리> 로, 7월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리골레토> 로 데뷔한다. 세계 최고의 무대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가장 좋아하는 역할은 다음에 할 역할이고, 가장 어려운 역할은 지금 하는 역할입니다. 9개월 된 딸 하은이가 제 노래를 듣고 박수를 쳐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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