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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레바논서 물밑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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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레바논서 물밑 경쟁

입력
2007.01.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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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레바논 이슬람 종파 분쟁의 해결사로 나섰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이 지난해 12월 26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이란 후원을 받는 레바논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고위 관계자 2명과 만났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16일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가 레바논에서 수니파 지지를 받는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의 현 정부와 시아파 헤즈볼라 간 긴장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이란의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외교 전략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레바논 정치분석가 사르키스 나오움은 “사우디가 지금 레바논에서 이란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우디가 본토에서 이란과 전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신의 당)는 ‘시아파 맹주’ 이란이 배후 지원해 만든 4,000명의 대원을 거느린 중동 최대 무장세력이자 정당조직이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1일부터 야권을 대표해 반정부 시위를 벌이면서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7월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함으로써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해 1개월 가량 전쟁을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사우디는 헤즈볼라와 이란을 “계산없이 모험을 감행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무슬림들이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찬양’했고 이에 반비례해 온건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아랍 종주국 사우디의 지도력은 무력해졌다. 게다가 지난해 8월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사우디 국왕을 겨냥해 어떤 아랍지도자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격파해주기를 바라는 “얼간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해 그동안 석유 자본으로 안정을 추구하면서 수세 외교에 주력했던 사우디 정북가 공세 외교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압둘라 국왕은 또 지난 주말 서방과의 핵 협상 파트너인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대표와 만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란 핵문제에 대한 중재를 시도했다. 라리자니는 압둘라 국왕에게 핵개발에 나선 이란과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도록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일부에서는 사우디가 이란 견제에 나선 것은 이란이 사우디 내 10~15%를 차지하는 시아파를 부추겨 사우디 왕가를 전복시킬 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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