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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강한 문화를 위한 음악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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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강한 문화를 위한 음악제로

입력
2007.01.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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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정부가 해외에서 백건우, 김남윤, 김영욱 등을 초청하여 열었던'광복30주년기념음악제'는 한국인의 음악적 역량을 가늠하게 한 이벤트였다.

만감을 느끼며 들었던 김성태, 김희조 등 우리 작곡가의 관현악곡들과 실내악단 타쉬(Tashi)가 연주했던 바르톡의 <콘트라스트> 는 지금도 생생하다. 이 시기 음악제의 목적은 해외 정보가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제한된 범위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해외 문화를 직접 향수하게 하는 것이었다.

● 국고지원 음악제들 품격 낮아

3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 음악제는 어떻게 변했을까? 당시에는 대국민 해외 문물 소개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엇일까? 장영주도 깜짝 놀랐다는, 세계 최고의 티켓 값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해외 정보를 우리에게 단순 공급하는 식의 음악제는 역할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사업 수단에 밝은 언론사와 기획사들이 발 빠르게, 그리고 더 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술분야 국고지원사업이란 명분으로 여러 국제문화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종래 것들을 답습한 것이 대부분이다.

국고지원사업이란, 매해 지원과 심사를 거쳐 지원액이 결정되어야 수행 할 수 있는, 일반 예술가나 단체들의 사업과 달리 거의 매해 지원이 보장된 일종의 특혜 사업이다. 또한 국고 지원을 배경으로 지자체 지원은 물론, 기타 후원이 보장된 사업들이다.

이러한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도 기존 기획사들보다 못한 기획으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무료 공연을 이유로 행사의 격을 떨어뜨린다면? 매해 예산이 보장되었다면 당연히 미래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국고지원의 국제음악제라면 더욱 그러하다. 국가가 지원할 국제행사는 기획사에서 하기 힘든 비상업적인 공연물이거나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대회와 같은 세계적 행사, 그리고 국가 대표급의 경쟁력 있는 음악제뿐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외국인 몇 초대했다고 국제행사라 주장하지 말고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제로서 국제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자국의 작품과 연주가들을 국제무대로 나아가게 하는 토양이 되어야 하며, 그러한 목적으로 영향력 있는 타국 국제음악제와 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다분히 정치, 외교적인 것이며 거래일 수도 있다. 책임자는 더 이상 과거처럼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자랑 말고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펼치라는 것이다.

● 선정과정 공개하고 질 높여야

국고지원사업은 그 태생이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정작 문화인들에게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선정 과정은 선명히 공개되어야 하며 첫 선정은 한시적 지원으로 제한하고, 몇 년 평가를 통해 지속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술행정과 음악인이 결합한 형태로 기획, 운영 등에 있어 전문성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겉으로는 국제적이고 풍성하지만, 청중석은 비었고 음악인들과는 무관한 신규 사업이 시작되었다.

문화사업은 결코 정치나 권력의 부수사업이 아니다. 국가가 밀어야 할 예술사업의 목적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강한 우리 문화 세우기라고 믿는다. 백범 김구 선생만의 소원이 아니다.

황성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ㆍ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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