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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건 전 총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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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건 전 총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입력
2007.01.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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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가 어제 정치활동 중단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도실용개혁을 지향한다며 대안 정치세력의 통합을 내걸었던 그였지만 결국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한 결과다. 고 전 총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여론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간 한 때 차기 대선 주자로 선두 그룹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계개편과 여권 신당의 중심인물로 거론됐지만 지지는 갈수록 희미해져 갔다.

결말은 초라했다. 지지자들의 방해로 정식 기자회견도 하지 못하고 유인물만 배포하는 데 그쳐야 했다.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주요 주자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느닷없이 낙마하는 장면은 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씁쓸하고 허탈하다.

그러나 여기서 깨닫고 새겨야 할 의미는 작지 않다. 유연해 보이는 지도력과 실용적인 행정력, 여기서 비롯된 명성이 남 못지 않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에 기대되는 독창적인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자신의 결격 사유가 가장 크다.

대선 후보의 선택과 평가, 검증에서 국민이 우선적으로 유의하는 대목, 주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를 그가 말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이른 중도하차는 자연스럽고 다행스럽다.

그러나 그의 낙마는 우리 정치풍토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막연한 명성에 기대어 그 인물을 중심으로 눈가림의 정치를 펴는 데 익숙한 정당 문화가 막다른 골목에서 좌초한 경우가 고 전 총리다.

대통령의 국정 실패로 뚜렷한 후보를 내놓지 못한 여당이 선거에 몰려 좇던 간판이 고 전 총리였다.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으로서 지난 4년 간의 실정을 지울 수 없는 처지임에도 그를 붙잡아 신당으로 책임을 호도하고 모면하려 했다. 호남 지역을 끌어들이려던 계산도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도자는 국민의 평가와 담금질을 거쳐 탄생한다. 고 전 총리에 대한 지지는 현 집권층에 대한 반대 정서에 편승한 측면이 컸지만 이것 하나로 그릇된 정당의 노선과 정체성의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리는 없다.

이리 저리 거론되는 여타 명망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유의 바람의 정치, 공학의 정치는 이제 통용되기 어려운 허구의 정치라는 점을 국민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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