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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누가 '기업사회'를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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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누가 '기업사회'를 만드나?

입력
2007.01.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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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파는 한국사회가 기업적 가치의 지배를 받는 '기업사회'로 변했다고 개탄한다. 옳은 개탄이다. 우리 사회의 성찰을 요구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누가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할까? 진보파다.

보수파는 '기업사회'를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성찰을 요구해도 듣지 않는다. 오히려 코웃음 친다. 보수파와 진보파 중간에 있는 국민의 판단이 중요한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업사회를 견제하는 최상의 방안은 공공영역의 내실화다. 공공영역이 잘 돌아가면 기업사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업사회와 공공영역 중간 위치에 존재하는 공공기관은 기업사회에 대한 국민적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일을 잘하면 기존 민영기업마저 공공기관화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결코 민영화해선 안 될 공공기관마저 민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질 것이다.

● 공공부문 풍요에는 왜 입 닫나

최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감사에게 급여를 주는 공공기관 119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64곳이 감사에게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9개 공공기관 감사의 2000~2005년 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78.4%였다. 고액 연봉을 받는 만큼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공공기관의 '무능ㆍ방만ㆍ도덕적 해이'는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노무현 정권은 한때나마 전투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외치면서도 공공기관의 '풍요'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아니 오히려 풍요를 부추겼다. 자기편 요원들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텃밭이었기 때문일까? 그런 점도 있겠지만, 노 정권 사람들도 비슷한 풍요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2006년 2월 행정부 1급 이상 공직자 643명의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공직자 중 81.8%가 재산을 늘렸으며 10명 중 2명은 1억원 이상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의 경우도 74%가 재산을 불렸으며, 1인당 평균 증가액은 1억4,000여만원이었다. 행정부 1급 이상, 국회의원, 사법부 고위법관 1,071명의 평균 재산이 10억원을 넘고, 전체의 26%인 270명이 2005년 한해 1억원 이상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승자 독식의 카지노 경제는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는 빈곤층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 줄 의무가 있다"고 썼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서민층 중산층 모두 재산공개를 보며 절망하거나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그게 바로 민심 이반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노 정권이 진보파는 아니지만, 국민은 상대적 관점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 걸 어찌하랴. 공공기관 임직원과 고위공직자의 풍요가 정당화될 수 있다면, 기업사회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정권ㆍ정치권은 공공기관을 개혁할 수 없다. 공공기관은 그들의 인력 관리상 보은(報恩)을 위한 '낙하산 인사'의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권ㆍ정치권 밖의 진보파는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은 적이 없다. 이를 오랫동안 지켜본 많은 국민이 차라리 '기업사회'를 차선(次善)으로 여긴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 진보와 보수, 모두 자기성찰해야

반면 보수파는 '기업 사회'의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반(反)기업 정서'가 팽배해 있다며 그걸 없애기 위한 맹렬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반기업 정서'라는 게 있다면 누가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할까? 기업과 보수파다.

그러나 이들은 진보파와 똑같이 자기성찰은 하지 않고 반대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어느 쪽이 옳건 그르건 이런 식으론 '기업사회'는 물론 '반기업 정서'는 극복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내 탓'부터 먼저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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