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16일 대선 불출마와 정치활동 중단을 전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대선 구도가 변화하는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고 전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여권은 유력 후보 부재 속에 혼란을 겪으면서 새로운 대선주자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통합신당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쳐 여권이 정계개편 그림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의 불출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한나라당 주자 뿐 아니라 여당 일부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범여권의 새로운 유력 주자가 부각되기 전까지는 한나라당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는 이날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결정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깊은 고뇌 끝에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오늘부터 정치 활동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대선과 관련해 일체의 정치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범한 국민으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1년 가까이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해 왔지만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제 활동의 성과가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불출마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기존 정당의 벽이 높아 현실 정치의 한계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 최근의 지지율 하락과 노 대통령과의 충돌, 지지부진한 통합신당 추진 상황 등 복합적 이유로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저는 본래 정치권 밖에 있던 사람으로 탄핵 정국의 국가위기 관리를 끝으로 평생 공복의 생활을 마감하려 했지만 예기치 않게 과분한 국민 지지를 받게 돼 그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모색하며 지금에 이르렀다”며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누차 말했는데 대선의 해를 여는 새해 첫 달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베풀어 주신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는 “보다 훌륭한 분이 나라의 조타수가 돼 하루빨리 국민통합을 이루고 희망을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불출마를 선언할 예정이었으나 지지자 50여명이 기자회견장에 몰려와 회견을 방해함에 따라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