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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녀는 괴로워>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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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녀는 괴로워> 단상

입력
2007.01.1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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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 <미녀는 괴로워> 의 흥행성적이 놀랍다. 주로 20대 여성들이 몰려들어 개봉 한 달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넘었다. 95㎏의 뚱뚱한 여가수가 성형수술로 48㎏의 미녀로 변신하여 소망을 이루는 내용의 영화다. 요즘 거리에서 보면, 젊은 여성의 얼굴과 몸매가 대부분 아름답다.

오히려 천편일률적 외모가 되어가는 듯해 아쉽기도 하다. 그런데 예상을 넘는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을 보면, 예쁜 그들도 대부분 아직도 크고 작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 지난해 가을 개봉된 김기덕 감독의 <시간> 도 같은 성형수술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그러나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바꾸는 여인이 감당해야 하는 정체성 혼란이 영화를 묵직하게 누르고 있었다.

유머러스한 상황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많지 않았다. 관객은 성형수술이 가져오는 <미녀는 괴로워> 의 보다 밝고 행복한 결과와, <시간> 이 마주치게 되는 어둡고 심각한 결과 중에서 전자를 선호하는 것이다. 당연한 쏠림 현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나, '대중적인, 너무나 대중적인' 우리의 영화 취향에도 문제는 있다.

▦ 우리가 외모 지상주의, 루키즘의 함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예쁘기만 하면 살기가 수월해지는 사회 분위기에 깊이 젖어 있기 때문이다. 장구한 세월 비슷한 외모를 지닌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점도 그런 성향을 부채질했을 것이다.

외모와 사고방식이 다양한 다민족 사회라면, A형 얼굴과 B형 얼굴이 각기 다른 개성과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다민족이 섞여 사는 브라질은 인종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다. 우리도 국제결혼이 늘어 '외모적 폐쇄주의'가 사라질, 개방과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 사실 우리가 외모에 마음을 많이 쓰는 시간은 긴 인생 중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춘기와 20대 초반 정도가 아닐까. 그 뒤로는 제 얼굴에 적당히 만족하거나 타협하면서 산다. 또한 시간은 늙어감에 따라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의 차이를 별로 없게 만든다.

따라서 삶과 함께 얼굴 마무리를 잘 하려면 어떻게 늙느냐가 중요해진다. 사적인 얘기를 덧붙이자면, 아내가 내게 주문하는 말이 있다. "잘 늙으려면, 하회탈처럼 늘 웃으라"는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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