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기피하면서 투자부진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주장했다.
금융경제연구원은 15일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설비자본의 효율성'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2001~2005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및 수출 증가율이 각각 4.5%와 12.3%나 됐으나, 설비투자 증가율은 1.2%에 불과했다"며 "이 같은 설비투자 부진이 이제는 자본 축적을 더디게 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들이 장기간 설비투자를 회피하고 기존 설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생산설비가 노후하고 다소 부족한 상태이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 대비 설비투자의 수준을 외환위기 전후로 나누어 보면 1985~97년 기간에는 GDP가 1% 성장할 때 설비투자는 1.5% 증가했으나, 1999~2006년 기간에는 0.9%로 낮아졌다.
이처럼 설비투자 증가가 둔화하면서 '한 단위 설비자본 투입에 의해 늘어나는 생산 증가'를 뜻하는 '설비자본 한계생산'이 2005년 이후에는 외환위기 직전 수준까지 하락했다.
보고서는 "2006년 들어 국내 기계수주액이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나타내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개선 속도는 미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향후 경제정책은 기업이 설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기업도 저금리 기조 속 이윤 확대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설비 효율성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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