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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언론을 못 믿으니… 뜬소문 판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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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언론을 못 믿으니… 뜬소문 판치는 중국

입력
2007.01.1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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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가 악성 루머로 홍역을 앓았다.

15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징에는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에 화농성 뇌염 바이러스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화농성 뇌염 바이러스는 어린이나 유아에게 뇌막염을 일으키는 치명적 병원균이다. 소문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타고 급속히 퍼졌고 메시지를 받아 본 일부 시민들은 심인성 위통을 겪기도 했다. 위통 호소 환자들이 급증하자 베이징 병원장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진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음식이다.

중국금융망(中國金融網)은 이런 상황을 공황상태라고 표현했다. 베이징시 위생국은 13일 “유통되는 돼지고기는 엄격한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화농성 뇌염바이러스 감염은 혈액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고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상하이에서도 13일 발생한 일본 동부해안의 지진과 쓰나미 경보를 매개로 쓰나미가 상하이를 덮칠 것이라는 소문이 횡행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쓰나미 소문은 몇몇 미국 점술가들이 소문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이메일이 중국 온라인에 퍼졌다고 전했다. 결국 상하이시 지진국 관계자는 “지금껏 쓰나미가 상하이에 해를 입힌 적이 없으며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해명해야만 했다.

루머들은 언제든 자신이 희생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불안심리를 엿볼 수 있다.

중국 언론들은 시민들의 반응을 인용, “지난해 얼마나 많은 식품사고가 있었나. 식품 안전을 믿을 수 없는 게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는 발암물질이 함유된 오리알이 유통되고, 한 음식점에서 달팽이 요리가 인명을 빼앗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안전한 먹거리가 최대 민생 문제였다. 이번 돼지고기 소문도 얼마 전 베이징 인근에서 돼지가 괴질로 죽은 것과 연관돼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쓰나미 소문에는 시민들이 당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심리가 깔려있다.

중국의 루머는 1억 3,000만명을 넘는 네티즌과 수억명의 휴대폰 사용자들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 초반 수많은 탄광사고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중국 당국이 탄광사고를 공개하기 시작했던 것이 이들의 위력을 잘 증명해준다. 민감한 부분을 정부가 과감히 밝히지 못하는 중국 언론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악성 루머는 계속 이어질 듯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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