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수익과 동떨어진 엄청난 보너스, 회사 비행기 공짜 사용 등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특권처럼 누려왔던 ‘CEO 보상’이 줄어들고 있다. CEO들의 과도한 성과급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 보상의 정당성에 관한 사회적 시비에 따른 현상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2월 최고경영진 보상에 대한 공시기준을 기존 5만 달러에서 1만 달러로 대폭 낮추자, 주주들을 의식한 기업들이 각종 CEO 보상과 특혜를 잇달아 줄이고 있다.
엑손모빌과 록히드마틴은 최근 CEO들의 컨트리클럽 이용비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제너럴밀즈 이사회는 CEO의 회사 비행기 공짜 사용을 제한키로 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회사 매각 시 퇴직 보상금 관련 세금 대납 관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최근 로버트 나델리 홈디포 회장이 과도한 성과급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로 회사에서 축출되는 등 경영진 보상에 대한 여론 악화 때문에 보상 축소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머서 휴먼컨설팅이 지난해 11월 11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개 기업이 CEO에 대한 보상을 없앴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35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기업의 55%가 CEO들이 회사 비행기를 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50% 가까이는 금융 카운셀링 비용을 지급하고 있었다. 43%는 자동차, 27%는 컨트리클럽 비용까지 지급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시각은 아직 싸늘하다. 한 기업 투자펀드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선제적인 보상 삭감을 통해 주주들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과도하고 불필요한 특혜 보상이 아예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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