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단종된 '포텐샤'라는 자동차가 있다. 15년 전, 이 자동차가 처음 시판됐을 땐 당대 최고의 고급 자동차로 명성이 자자했다. 각종 첨단장비도 장비였지만, 그 우람한 차체는 뭇사람들의 기를 단번에 죽게 만들었다.
해서, 무조건 겉모습 큰 거 좋아하는 정치인 아저씨들과 사장님들께서 많이 애용했던 차였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첨단에 첨단을 뛰어넘는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난생처음 보는 외제 자동차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게 됐지만, '포텐샤'의 그 커다란 차체는 여전히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서는 '깍두기' 아저씨들이 많이 애용한다는, 정체불명의 괴소문에도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친구와 그 괴소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친구는 그것이 일종의 인권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인권?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친구가 말했다. 그 업계 친구들은 종종 트렁크에도 사람을 태우잖아. 한데, 트렁크가 좁아봐, 얼마나 갑갑하겠어.
그게 다 그 업계 친구들의 과도한 인권보호 때문에 생겨난 소문일 거야. 흠, 과연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인권은 종종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존재하는 법이니.
소설가 이기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