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관심과 함께 일본 경제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금리인상을 놓고 일본은행과 정부ㆍ여당이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東京)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행(일은)은 17, 1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양적완화정책, 7월 제로금리를 해제했던 일은은 장기적인 경기확장 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굳힌 것이다. 일은은 지난달에도 금리인상을 단행하려 했지만 각종 경제지수의 약세가 부각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반면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천명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일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적극적으로 저지에 나서는 형국이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간사장은 14일 일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정부가 ‘결의연기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은의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는 2000년 8월의 조기 제로금리 해제를 상기시키며 “그러한 길을 또다시 걷는다면 중대한 법제도의 결함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저지 공세는 금리인상에 비판적인 정부ㆍ여당의 속내를 대변한 것이다. “아직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경기확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걱정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선거와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있는 자민당으로서는 경기가 나빠질 경우 아베 정권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다.
그러나 금융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일은의 의지도 강해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적정한 정책금리와 실제 정책금리 간의 괴리가 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일은은 “매우 낮은 금리수준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앞으로의 경기 진폭을 작게 할 수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은 총재)고 확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ㆍ여당의 강한 반발 속에 양적완화정책과 제로금리의 해제를 단행한 일은측은 이후 정부측으로부터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인정 받았던 경험을 되새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에도 금리인상을 연기할 경우 정부ㆍ여당의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는 인상을 주는 등 일은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양보를 어렵게 한다.
1997년 개정된 일본은행법에는 정부가 결의연기청구권을 행사한다 해도 최종 판단은 일은이 내리게 돼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