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개헌 카드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낸 지 이틀만인 11일 기자간담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이병완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 전체가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이 실장은 내주 중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논설위원, 정치부장 등을 연쇄적으로 만난다. 청와대는 신년 인사 차원의 만남이라고 했으나 예년에 없던 일이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자리다.
그동안 개헌 작업에 깊숙이 관여해온 정태호 정무팀장 소문상 정무기획비서관 김종민 국정홍보비서관 등은 12일 방송에 잇달아 출연했다. 이들은 개헌불가 이유로 제기되는 시기상조론과 정략적 제안설을 반박하며 개헌의 절박함을 역설했다. 11일 밤에는 차성수 시민사회비서관이 MBC 100분 토론에 나갔다.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11일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은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을, 이정호 시민사회수석은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을 각각 신년 인사 명목으로 예방, 개헌 필요성을 거론했다.
노 대통령도 2박3일 일정의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하는 15일 이후 직접 각계 인사들을 만나 홍보할 계획이다. 야4당이 청와대 오찬 초청을 거부함에 따라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여론몰이에 나서는 셈이다.
청와대는 개헌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 없이 2월 중 개헌안을 발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윤승용 홍보수석은 “노 대통령은 개헌 발의권이 대통령에 부여된 권한인데다 이번이 (대선과 총선이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20년만의 기회인 만큼 개헌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역사에 대한 책무 회피라고 말했다”며 “이 비서실장도 이미 (개헌안 발의 시점을) 2월쯤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감지되고 개헌안 발의가 오히려 레임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노 대통령이 발의를 강행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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