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통일부의 구상대로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후폭풍이 대선 정국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정상회담에서 남북간에 모종의 합의까지 이뤄진다면 대선은 ‘평화세력 대 대결세력’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통일이 가까워졌다는 분위기까지 연출되면 12월 대선에 미칠 영향력은 메가톤급이 될 수 있다.
그간 포용정책의 실패를 강조해온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갑자기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평화 체제가 가시화하면 대선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국정 실패 논란을 일거에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묻고, 여권 지지자들을 묶는 효과까지 덤으로 누리게 된다.
한나라당이 그간 여권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던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들은 “여권이 개헌론 제기에 이어 6월항쟁 20주년 이벤트, 남북정상회담 카드 등으로 정국 분위기를 반전시켜 재집권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상회담 발표 단계부터 한나라당은“북풍으로 대선을 덮으려는 여권과 북한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물러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것이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벌어질 수 있다. 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되더라도 한나라당은“정상회담을 다음 정권에 넘기라”고 요구하며 여론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모종의 합의를 하더라도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이므로 무효”라고 맞받아칠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상회담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다. 여권의 의도대로 ‘평화 세력 대 대결 세력’의 구도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회담을 대선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면 여권이 먼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총선 사흘 전에 발표했지만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은 총선에서 9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어떤 사안이든 노 대통령이 얘기하면 국민들이 고개를 가로 젓는 ‘노무현 디스카운트’가 이번의 개헌 정국에서도 확인됐다”며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더라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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