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하락하는 국가 경쟁력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수학 과학 중심의 기초교육 혁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의 수학 과학 교육부터 바로잡기 위해 2015년까지 높은 수준의 자격증을 갖춘 수학 과학교사를 배출한다. 장학금을 지급해 매년 1만명의 우수 교사를 채용한다. 또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매년 2만5,000명의 현직 교사에게 재교육 및 훈련 기회를 줘 교수능력을 개발토록 한다.”
이 발표가 나온 것은 바로 미국이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국가경쟁력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세계경제를 이끌어왔던 선진국이지만 최근 미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공대 졸업자 비율은 미국이 6%로 유럽(12%) 중국(40%)에 비해 크게 뒤지고, 미국 내 특허출원 상위 10대 기업 중 외국기업이 6개에 달한다.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세계 28위(경제협력개발기구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 불과하다. 미국의 해답은 연구개발 투자와 수학 과학의 기초 다지기였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1980년대 과학 교과목 필수이수단위는 이과 32단위, 문과 16단위였지만 현재는 문·이과 6단위로 바뀌었다. 고1이 과학을 공부하는 시간은 주 3시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고교 때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 수와 대학에서 자연대 공대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한 과학자는 “이 정도의 과학교육으로 20년 뒤 국가 경쟁력을 책임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일단 절대적인 과학교육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11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고교 과학수업시간을 주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것도 이러한 주장과 관련이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문·이과 구분 없이 과학 2과목, 사회 2과목 이상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할 것을 주장했다. 다시 말해 선택에 따라 과학을 전혀 안 배운 문과 학생이 생기거나 사회과목을 하나도 안 들은 이과 학생이 나오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과서의 범위와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연세대 학부대학 이보경 교수는 “과학 과목을 선택제로 바꾸는 것과 함께 교과서에서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내용을 빼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화학1은 6차 교육과정과 비교했을 때 분자의 구조와 전압에 대한 내용이 빠져 화학2로 갔고, 화학2는 착이온을 뺐다.
또 곧 확정될 8차 교육과정 개편에서는 전기화학을 빼는 것을 논의 중이다. 이 교수는 “대학 교수들이 이공계 신입생의 학력저하를 보다 크게 절감하는 것은 이처럼 교육범위가 줄어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삼 공학한림원 부원장은 “선진국일수록 먼 미래를 대비, 과학기술교육의 혁신을 실천하고 있는데 우리는 역행하고 있다”며 “기초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 과학기술강국이 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역설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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