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커즈와일 지음ㆍ김명남 장시형 옮김 / 김영사 발행ㆍ840쪽ㆍ3만5,000원
옮긴 이가 지적했듯이 이 책에 대한 가장 그럴싸한 평가는 “앞으로 1,000권의 과학소설을 탄생시킬 책”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저자가 이 책에서 펼쳐보이는 미래상은 그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머리가 멍할 정도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가속적으로 발전하던 과학이 폭발적인 성장의 단계로 도약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을 말한다. 그 시점에 이르면 기술과 인간의 지능이 융합해 인간이 생물학적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하고, 운명을 지배하며, 죽음까지도 제어해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현기증을 일으키는 저자의 미래 예측(혹은 상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융합지능이 광속을 넘어 온 우주로 전파돼 “‘멍청한’ 물질과 우주의 기제들을 장엄한 지능으로 바꿔”놓는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45년이면 ‘특이점이 온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과학기술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거듭한다는 ‘수확 가속의 법칙’을 내세우고, 이에 따른 GNR(유전학ㆍ나노기술ㆍ로봇공학 및 인공지능) 혁명의 단계별 성과를 방대한 과학 지식을 동원해 구체적인 연도까지 제시하며 펼쳐보인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인체의 진화. 향후 20년이 지나면 인체는 각종 장기를 수선, 교체하고 심지어 뇌까지 재설계할 수 있는 ‘버전 2.0’으로 진화하고, 2040년쯤이면 자유자재로 신체를 바꿀 수 있는 ‘버전 3.0 인체’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특이점 이후의 미래를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니”라고 말하며 자기복제적 ‘나노봇’의 반란 등 위험도 지적하지만, 방어 기술이 더욱 발전하리라는 낙관론을 편다.
이 책은 2005년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올 한해 가장 많이 블로깅 된 책’ 13위에 오르며 극찬과 함께 ‘과학밖에 모르는 괴짜의 일장춘몽’ 등 악평도 받았지만, 비판자들도 동의했듯이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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