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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통분담 기대 저버린 공무원연금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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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통분담 기대 저버린 공무원연금 개혁안

입력
2007.01.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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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여론은 매우 차갑다. 신설되는 퇴직금을 감안하면 현재 20년차인 공무원이 받게 될 연금액이 월 1만2,000원 정도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고, 어찌된 일인지 2030년까지 정부부담액은 개혁 이전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일반 국민이 대상인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액은 깎는 개혁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만 해도 8,500억원의 세금이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워주는 데 사용됐다. 따라서 국민들은 보다 강도높은 개혁안, 적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의 형평성을 담보하는 안을 기대했다. 그러나 개혁안의 내용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 기득권만 의식한 정부 개혁안

현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의 확정급여방식(DB형) 연금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DB형 연금제도는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연금액을 법으로 정해주는 방식이다.

연금액 결정이 납부금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다보니, 늘 정치적 흥정과 타협의 대상이 된다. 공무원노조가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면, 보다 유리한 급여산식을 지켜낼 수가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도, 이제 대선도 있고 하니 적당히 현 공무원의 반발을 무마하고 싶은 유혹이 앞설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두번째 특징인 기존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의 분리 적용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무원의 기득권은 최대한 보장해주고, 새로 입직하는 공무원부터 보다 강도높은 개혁안이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개혁의 용이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도 정도 나름인데, 기득권 보장이 좀 과한 듯하다. 국민연금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공무원의 '고통 분담'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임금과 퇴직수당 그리고 연금액 등을 합한 생애소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공무원들은 대다수 일반 국민보다 높은 소득을 보장받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로 공무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종업원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관리직에 준해 지급된다.

여기에 공무원연금이 상대적으로 후하다 보니,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관리직 종사자보다도 10%이상 높은 생애소득이 보장되고 있다. 누구나 다 삼성 등 대기업에 견줄만큼 받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긴 하다. 하지만 자기 위치에서 누구나 다 조금씩 양보해 연금 개혁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기득권을 의식한 개혁안은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 연금개혁 할려면 제대로 하라

둘째, 공무원연금에는 국민연금과 달리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기에 공무원은 온전히 제 몫을 다 받는다. 다시 말하면, 공무원은 동일 수준의 보험료를 내는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많은 연금액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연금의 50%는 자기가 낸 소득에 비례해 받고, 나머지 50%는 가입자 평균소득에 비례해서 받게 된다. 평균소득보다 낮은 저소득자는 혜택을 받고, 그만큼 고소득자는 자기 몫을 헌납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사회적 형평성의 제고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이러한 소득재분배 구조에서 제외되어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말이다. 이는 일반 국민들에 비해 고통을 분담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종합컨대, 현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개혁의 용이성만을 의식해, 고통 분담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국민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연금의 개혁에 대해 수긍할 것인가? 이왕 정부가 미래세대를 위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으니, 안하니만 못한 개혁이 안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양재진ㆍ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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