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중인 빌딩이 보인다. 화면에는 건축자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전형적인 공사장 풍경이다. 갑자기 험악한 인상의 40대 남성이 모자를 쓴 채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그는 어눌하지만 비교적 또렷한 발음으로 “내 말 잘 들어라”라고 말하더니 20여 초 동안 아리랑 대사를 읊조리기 시작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노래가 끝나자 “알았어? 에이 참”이라고 말하며 퇴장한다.
네티즌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올려 공유하는 미국의 유명 웹사이트에서 파란 눈의 ‘김치맨’이 화제다. 60만 명이 그가 올린 동영상을 구경했다. 국내 사이트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있는 ‘김치맨’은 올해 42살로 아이디(ID)도 ‘kimchiman’을 사용한다. ‘김치맨’은 또 다른 동영상에서 부인과 함께 등장해 가사를 적은 종이를 손에 들고 제법 구성진 목소리로 1분 이상 아리랑을 불렀다.
‘김치맨’의 인기에 대해 네티즌들은 어색한 발음과 훈계하는 듯한 어투가 오히려 친근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험악한 인상의 서양인이 귀에 익숙한 민요를 달달 외우는 모습에 “호통치는 듯한 표정이 오히려 코믹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우리 문화가 자연스럽게 소개되는 거 아니냐”며 반기기도 했다.
‘김치맨’은 댓글을 통해 “지루한 날 재미 삼아 찍었다”고 밝혔다. 20년 전 2년간 선교사로 한국에 머무른 적이 있다며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한국인 특유의 ‘한’(恨) 문화에 대한 설명을 달기도 했다 ‘김치맨’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를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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