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국방부와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해명에 급급했다. “평택기지 이전이 예산문제나 정치적 배경 때문에 중단된다면 이에 대해 싸울 것(I will fight this)”이라는 벨 사령관의 발언 가운데 ‘fight’를 특정인과 싸우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 2008년으로 예정된 평택기지 이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의 실제 분위기는 양쪽의 해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벨 사령관은 작심한 듯 결연한 태도로 회견을 했다. 그는 회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의 전환시점, 유엔사의 임무수정, 평택기지 이전 등 한미 안보현안을 거론하며 “한국 측 요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평택기지 이전과 관련해서는 “어떤 형태의 지연도 우려한다. (기지이전의 지연을) 원하지도 않으며 한 마디로 옳지 않다”고 점차 수위를 높여가다 결국 “나는 이에 대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당시 통역자도 ‘fight’를 ‘싸우겠다’로 해석했으며 영어사전 어디에도 이 단어를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는 없다.
평택기지 건설을 비롯한 3가지 현안 모두 한미 양국이 협상 중인 사안임을 감안하면 벨 사령관의 회견은 미국 측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도 동맹국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든 공격적 표현이다.
자국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50년 동맹정신도 외면한 채 ‘싸움도 마다 않겠다’는 태도라면 더욱 심각하다. 회견이 끝나자 곳곳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식민지 총독인 줄 아는가”라는 웅성거림이 들렸다.
김정곤 사회부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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